“소아과는 평균 진료비가 1인당 1만원도 안 돼요. 한 달에 억대 매출은 남의 얘기입니다.”(청담동 A소아과 원장)

서울 성형외과 400곳 중 71.8%(287곳)가 몰려 있어 뷰티 밸리로 불리는 강남이지만 다른 진료과목의 사정은 다르다.

강남구에 있는 소아청소년과는 28곳으로, 서울시 전체의 5.4%에 불과하다. 강북의 노원구(33곳)보다 적다. 압구정동도 성형외과가 수십곳이 몰려 있는 것과 달리 의원(병상 30개 미만) 기준으로 소아청소년과는 한 곳에 불과하다.

이유가 뭘까. 비싼 임대료에 낮은 진료수가 탓에 강남에선 소아과나 일반 내과가 자리를 잡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강남 병원이라 할지라도 진료과목별로 매출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B소아과 관계자는 “환자 1인당 본인부담 수가는 적게는 몇 천원에서 많아야 1만원을 넘는 수준”이라며 “강남 소아과에서 월 수천만원대 수입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월 임대료만 1000만원이 넘는 데다 직원들 월급, 투자비용까지 감안하면 크게 버는 게 없다”고 푸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환자들을 위한 서비스도 성형외과나 피부과에 비해 부실할 수밖에 없다. 신사동 C내과 원장은 “병원에서 주차대행 서비스를 하지 않느냐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임대료가 비싼 강남에서 내과를 찾으면서 시설 좋은 주차장이나 서비스를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육아맘 카페 등엔 강남지역 소아과에서 빚어진 불친절이나 병원 운영 등에 대한 불만 글이 수시로 올라오기도 한다. 네 살 딸을 둔 권모씨는 “(적어도 소아과의 경우는) 강북지역 병원이 시설과 서비스가 나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남 소아과 관계자들은 “강북 지역은 낮은 수가를 많은 환자로 메울 수 있지만 강남은 사정이 다르다”며 “의사들 사이에 강남에 개원한 소아과 의사는 3D 업종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도 있다”고 털어놨다.

강경민/이지훈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