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측 "시간 너무 지났다…별다른 증상 없어"

중국에서 전기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해온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49) 씨가 13일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았지만 고문의 직접적인 증거가 발견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분당 서울대병원과 김씨 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씨는 이날 오전 9시께 분당 서울대병원 건강검진센터를 찾아 가정의학과 진료를 비롯해 피부과, 성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에서 오후까지 정밀 검진을 받았다.

특히 피부과, 성형외과 검진은 직접적인 전기고문 흔적을 찾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도 진행됐다.

가정의학과는 검진 결과, "4월에 고문 직후 불안 및 분노 증상이 있었지만 이후 차츰 안정돼가고 있다.

현재로서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는 소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부과와 성형외과 등도 "시간이 너무 지나서 별다른 소견을 찾을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병원 관계자들이 전했다.

김 씨에 대한 검진이 완전히 종료된 상황은 아니지만 주요 검진항목에서 별다른 고문 흔적이 나오지 않음에 따라 직접적인 가혹행위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렵게 됐다.

김 씨는 그동안 기자회견 등에서 구금 당시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들이 안면 등을 구타하고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기봉으로 수백 곳을 고문해 작은 화상 자국이 여러곳에 생겼지만 석방되기 3개월 전 정도부터 가혹행위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지난 8일에도 전북 전주시에 있는 삼성병원 등에서 검진을 받았지만 직접적인 고문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다만 MRI 검사에서 양쪽 광대뼈와 근육 사이에 타박 흔적이 있다는 의료진 소견이 나왔는데 고문의 증거물이 될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김 씨측은 고문증거 유무에 관계없이 김 씨의 구체적 진술과 함께 구금됐던 동료들의 증언이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을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하면서 중국 정부를 상대로 사과 및 재발방지를 촉구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대책회의 측은 우선 이달 안에 진술 및 건강검진 결과 등을 합쳐 김 씨 전기고문에 대한 청원을 `유엔의 고문과 기타 비인간적이며 모멸적인 처우 및 처벌에 대한 특별보고관'에 제출할 예정이다.

또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의회에 청문회 개최를 의뢰하고 직접 의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며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중국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도 추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이준삼 기자 bio@yna.co.kr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