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가 20일 주야 네 시간씩 2차 한시파업을 했다. 지난 13일에 이어 1주일 만이다. 지난 18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1개월 만에 교섭을 재개했고 20일 한국GM도 제20차 교섭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결렬되면서 자동차 업계 파업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13일 1차 파업에 이어 이날 파업으로 누적 생산차질이 각각 8630대(매출손실 1752억원)·5450대(942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했다. 한국GM지부도 10일부터 20일까지 주야 3~4시간씩 6회에 걸친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총 7000여대였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20일 낮 12시 울산공장 본관 잔디밭에서 주간조 500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투쟁 결의대회를 가졌다. 문용문 노조위원장은 “오늘 파업은 올해 임협관련 성실 교섭을 촉구하는 경고성 파업”이라며 “회사가 다음주 본교섭에서도 일괄 타결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여름휴가 이후 강도 높은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파업현장 주변에서는 이번 하투(夏鬪)의 ‘투쟁 열기’가 높은 편은 아니라는 평가를 하면서 파업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북구 매곡 지방공단의 중소 부품회사 김모 사장(52)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파업을 하고 싶어도 공장 문을 닫을까 엄두도 못 내는 형편”이라며 “여름휴가철을 1주일여 앞두고 이렇게 줄파업을 하면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어떻게 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고소득 노조가 파업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한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절대 틀린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노조가 정치파업의 선봉에 나섰다”며 “자칫 과거처럼 현대차만 나홀로 투쟁에 빠져드는 사태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잇따른 파업으로 인한 ‘현장의 피로’를 지적하는 글도 올라와 있다.

현대차 바로 인근의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업계 노조에서 연이어 올해 임단협을 평화롭게 타결한 것도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에게 적지 않은 동요를 일으키고 있다. 한 조합원은 금속연대 게시판에 “현대차 노조가 정치투쟁의 선봉대로 나서면서 과연 우리 조합원들이 얻은 게 뭔지 모르겠다”는 글을 올렸다.

울산=하인식/양병훈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