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커피 고집, 명품 치장에 얼굴 변형까지

500억대 자산가로 속이고 여성들에게 접근해 7억대 사기를 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성형까지 해가면서 부산, 서울 등지에서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 피해자들을 경악케 했다.

500억원대 매출의 통신업체 회장, 특급호텔에 거주하며 기사 딸린 외제차를 둔 호리호리한 체격의 50대 독신남.
피해 여성들은 하나같이 이 남성에 대해 "누가 봐도 거액의 자산을 보유한 중년 신사의 모습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18일 중년 여성들을 속여 투자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빼앗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로 박모(51)씨를 구속했다.

박씨는 지난해 부산에서 500억대 회사를 소유한 기업가 행세를 하며 50대 독신여성 A씨 등 2명을 상대로 사업자금과 부동산 투자를 미끼로 5억 원을 뺏는 등 여성 5명을 상대로 50여 차례에 걸쳐 7억 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부산의 한 병원에 입원한 박씨는 같은 병원 환자의 처제 A씨를 사귀게 됐다.

탄탄한 기업의 회장 행세를 하던 박씨는 얼마후 직원 급여, 장비구입 잔금 지불 등을 이유로 "금방 쓰고 돌려주겠다"며 A씨에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박씨의 재력을 의심하지 않은 A씨와 가족은 그해 8월까지 수억을 빌려주었다.

박씨는 이내 부산에서 종적을 감춰버렸다.

서울로 도주한 박씨는 이번에는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유령회사 회장을 사칭하며 중년여성들에게 접근, 애정관계를 암시하며 돈을 빼앗았다.

박씨는 특급호텔에서 거주하면서 자신이 진료를 받았던 치과, 성형외과 의사들과의 친분을 이용해 재력있는 여성들을 물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여성들은 "의사와 아는 사이인데다가 커피 한 잔을 마셔도 호텔을 고집하고 명품으로 치장하고 다녀 감쪽같이 속아 부동산 투자금 등 명목으로 돈을 빌려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가 범행과정에서 시장 명의의 확인서 등 공문서와 부동산매매계약서 등을 위조해 건네는 한편, 도주 과정에서 얼굴 성형까지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서울 삼성동의 한 호프집에서 체포된 박씨는 날카롭던 원래 모습은 간데없고 유명 기업가를 닮은 쌍꺼풀 눈에 둥글둥글한 얼굴형으로 변해있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은 박씨가 도피 중에도 사기행각을 계속해 온 점으로 미뤄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나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areu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