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분단국가로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의 통일을 위해 그동안 우리는 북한과 여러 분야에서 교류해 왔다.

그런 가운데 북한은 서해에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도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위한 국군의 존재는 필수적이며 군 병력 유지를 위한 징병제도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그래서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부과하고 병역법은 일정 연령의 남성에게 병역의무를 지우고 있다.

정부는 과거 병역의무를 이행한 자를 배려해 군 가산점제도를 운영했다. 군 가산점제도는 군 복무를 마친 자가 공무원 채용시험에 응시했을 때 시험의 과목별 득점에 만점의 몇 퍼센트를 가산하는 제도였다. 이 제도는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한 일종의 보상조치였다.

그리고 학업과 취업을 위해 한참 집중해야 할 시기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의무를 이행하는 자들에게 혜택을 줌으로써 군 복무 기피 현상을 막고자 하는 국가의 상징적 정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군 가산점제도는 병역의무 이행자들에게 과도한 혜택을 줘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1999년 헌법재판소는 군 가산점제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제도 자체는 위헌이 아니지만 여성과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하지 않은 자들에게 공정경쟁을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평등원칙 등을 침해한다고 했다. 또 헌재는 병역의무를 특별한 희생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헌재의 결정 이후에도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됐다.

그래서 개선된 군 가산점제도의 재도입이 지속적으로 추진됐고, 이로 인한 사회적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반대하는 입장은 남녀를 불문하고 군 복무를 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헌법의 평등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남녀차별이 심하기 때문에 이 제도로 인해 능력에 상관없이 여성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공직 진출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군 가산점제도로 인해 혜택을 보는 군 복무자는 (공무원시험에 응시하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자체로도 군 복무자 간 차별이라고 본다. 나아가 병역의무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신성한 의무이기 때문에 어떠한 대가를 바라고 이행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발전해온 과정을 볼 때 군 가산점제도를 반대하는 주장에 타당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장애인과 같이 헌법이 적극적으로 보호조치를 취하는 사회적 약자와 군 복무자를 동일선상에 놓고 혜택을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해서는 남녀평등의 실현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군 가산점제도가 군 복무자에 대한 일방적인 혜택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반대론에는 중요한 문제가 간과되고 있다. 오늘날 국민주권국가와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국가에 대한 국민의 형이상학적 신성한 의무는 없다. 헌법은 국민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의무를 부과한다. 그래서 헌법이 의무에 대해 특별하게 예외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한, 헌법 질서 아래에서 국민은 누구나 평등하게 의무를 지고 이를 이행해야 한다.

헌법에 근거한 병역법은 현실적이고 경험적인 측면을 고려해 단지 일정 연령의 건강한 남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헌법 현실적으로 그 자체가 차별에 해당한다. 과거 고정된 관념에서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구분했지만 오늘날 사회가 발전한 상황에서 과거의 기준에 의해 근원적으로 발생하는 현재의 차별을 재단할 수는 없다.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처럼 1997년 말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로 취업시장의 구조가 그 이전과 완전히 변했다.

이런 흐름은 오늘날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지속되고 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가운데 취업 준비에 매진해야 할 연령층의 남자는 병역의무 이행으로 일정 기간 공백기를 가지게 된다. 당연히 이런 상황은 취업 준비에 있어서 결정적인 불이익을 가져온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어느 누구도 냉철하고 정확한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있지 않다.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국민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권리나 법익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군 가산점제도를 성차별이나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관점에서 인식해서는 안 된다. 한참 활동해야 할 젊음의 시기에 현역으로 입영해 소중한 시간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게 이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더구나 병역의무가 헌법으로부터 도출된다고 한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국가가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군 가산점제도는 병역의무를 이행한 자에게 과도한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제도는 군 복무를 한 특정 국민에게만 주는 인센티브도 아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주어진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자에 대한 응분의 조치일 뿐이다. 만일 병역의 의무를 국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에 불과하다고 한다거나, 그 이행자를 특정 국민이라고 치부한다면 이는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안전을 경시하는 것이다.

과거 헌재가 지적한 것은 군 가산점제도 자체보다는 과도한 가산점으로 인해 경쟁 시험 자체가 무의미해질 정도의 형평성 상실이었다. 타당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군 복무기간에 상응하는 정도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이 수용해야 하는 의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문제는 할당제와 경력 인정 등을 통해 보완하면 될 것이다. 우리는 병역의무 이행자들이 생명을 담보로 군 복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그들이 군 복무기간 동안 사회 경쟁에서 제외됨으로 인해 받는 불이익을 보상하는 것이 헌법의 요구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김상겸 < 동국대 법대 교수 >
△동국대 법학과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법학박사 △동국대 법과대학 학장 및 법무대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