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외전략기획관실ㆍ외교부 `합작품'

한ㆍ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ㆍ정보협정) 처리를 둘러싼 사태는 이를 처리한 일부 관련자들의 안이한 판단이 부른 결과인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가 6일 발표한 진상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국무회의 안건으로 정보협정을 올리는 과정에서 양국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정무적 판단이 부족했고, 사전ㆍ사후에 제대로 보고조차 하지 않을 만큼 엉성했다.

◇국무회의 비공개 안건 추진 배경 = `6월 말 서명'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서두른 게 화근이었다.

정상적 절차라면 6월21일 차관회의를 거쳐야 했지만 일본 측의 문안 관련 최종 회신이 21일에야 도착했고, 법제처의 심의 결과도 22일 나왔다.

국무회의가 열리는 22일이 돼서야 협정의 문구가 완성된 것이다.

물리적으로 차관회의 상정이 불가능해졌고, 국무회의에 직접 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때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실과 외교통상부가 수차례 협의를 거쳐 생각해 낸 게 `즉석 안건' 상정이었다.

협정 관련 긴급한 사안인 경우 처리하는 전례를 따른 것이다.

앞서 대외전략기획관실과 외교부는 일본 측과 29일 정보협정 서명 사실을 공개하고 그전까지는 비공개로 진행키로 했다고 한다.

29일 각의를 비롯한 국내 절차가 마무리되는 일본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한일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고, 절차상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상관도 모르게 진행 = 워낙 다급하고, `은밀'하게 추진하다 보니 문제점을 제대로 제어할 수 없었다.

더욱이 상관에게도 제대로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순방 중이었던 이명박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처리된다"는 수준의 보고만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차관회의가 생략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외교부에서 일을 맡은 조세영 동북아국장은 외교부 1차관에게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처리되는 부분에 대해 상세히 보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국무회의를 주재한 김황식 국무총리에게도 사전 설명을 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와 언론 등 국민에게 협정의 성격과 국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사전 설명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었다.

박 대변인은 "급박하게 상정할 게 아니라 일본과 협의해서 다음 차관회의에 상정하는 게 바람직했다"면서 "또 외교 관례를 들어 일본의 국내 절차 완료 때까지 비공개로 할 게 아니라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