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CC, 착한 가격?…"기능 몇 개 안보이네"
언젠가부터 폭스바겐 CC만 보면 ‘씨익’ 웃음이 났다. 폭스바겐 답지 않은 유려한 곡선, 날렵한 몸매, 합리적인 가격은 4도어 쿠페의 모범사례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출시된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보는 순간 기자는 당황하며 소리쳤다. “이거 신형 파사트 아니야?”

기존 CC가 갖고 있던 개성만점 매력은 온데간데없고 폭스바겐의 새로운 패밀리룩이 전면 그릴을 장악했다. 강한 직선으로 구성된 프런트 그릴과 헤드램프는 파사트와 구별하기 힘들었다. 패밀리룩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우아한 곡선이 주를 이루던 몸매는 투박한 직선으로 채워졌다.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데 들어간’ 멋진 몸매를 자랑하던 여인이 ‘헬스장 죽순이’가 되더니 단단한 근육질로 변신해 눈앞에 나타난 느낌이다. 폭스바겐은 CC가 니치(틈새) 모델이라는 것을 망각한 것일까.

실내 인테리어도 평범하기 그지없다. 시승한 모델은 터보가 달린 2.0 TSI엔진(최대출력 200마력)을 탑재한 쿠페형 세단. 이 정도면 스티어링휠도 스포티한 D컷(‘D’자 모양으로 아래쪽이 직선인 운전대)을 사용할 법하지만 세단과 같은 둥근 스타일이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도 투박한 직선의 단순한 디자인이다. 인테리어는 현대차 YF쏘나타가 더 큰 만족감을 줄 것 같다.

‘그래… 기분 탓일거야. 바람이나 쐴까?’ 선루프로 눈을 돌렸다. 요즘 트렌드인 파노라마 선루프가 아니다. ‘괜찮아.’ 스위치를 눌렀다. 아뿔싸. 선루프가 열리지 않는다. 약간 위로 솟아오르는 틸팅 기능만 있다. 가난한 집 뜯겨진 문풍지 사이로 바람이 들어오듯 ‘쒸쒸’ 소리를 내며 실바람이 들어왔다.

폭스바겐 CC, 착한 가격?…"기능 몇 개 안보이네"
주행 성능은 만족스러웠다. 단단한 하체와 군더더기 없는 핸들링은 여전했다. 5100rpm에서 터지는 200마력의 출력은 시원한 주행감을 선사한다. 공인연비는 ℓ당 10.5㎞인데 이 정도 나오는 게 기특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몸에서 열이 났다. 통풍시트 버튼을 찾았다. 이런, 이전 모델엔 있었던 통풍 기능이 사라졌다.

신형 CC는 ‘착한 가격’을 강조한다. 시승한 2.0 TSI는 4390만원. 4륜구동 모델인 2.0 TDI 4모션은 5090만원, 2륜 모델은 4890만원이다. 기존 모델보다 싸졌지만 통풍시트와 함께 차선이탈방지시스템도 빠졌으니 그만한 ‘희생’이 뒤따랐다.

끝으로 이 차를 산다면 화이트 투톤 가죽시트는 피하시길. 두 달 정도 운행한 차인데도 시트 곳곳이 검게 얼룩졌다. 굳이 흰색 가죽시트를 선택한다면 흰색 바지만 입어야 할 것 같다. 차에서 5~6m 이내로 가까워져야 문이 열리는 스마트키는 끝내 ‘주차장 속 내 차 찾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