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전달한 혐의(정당법 위반)로 기소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74·사진)이 25일 법원에서 징역형 선고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강을환)는 이날 박 전 의장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역시 돈봉투 살포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60)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돈봉투 전달책 혐의인 조정만 전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51)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회 및 국정운영 전반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집권여당의 대표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금품을 살포한 행위는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대의제 민주주의 및 정당제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는 범행”이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정당법 위반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에 비해 참정권은 제한되지 않는 현행법의 ‘사각지대’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판결문과는 별도로 “공직선거법 위반 등과 달리 정당법 위반은 참정권 제한이 없어 박 전 의장에게 벌금형 선고는 부적절하다”고 법정에서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정치자금법상 불법 정치자금을 받거나 선거비용과 관련해 위법한 행위를 저지른 경우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재임하면서 직무와 관련해 형법상 수뢰, 사전수뢰, 알선수뢰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범죄를 저지른 경우로 기소돼 일정 형량 이상이 선고된 경우에는 선거권뿐 아니라 피선거권까지 제한된다. 100만원 이상 벌금형은 형 확정 후 5년, 집행유예형은 역시 형 확정 후 10년, 징역형은 집행 종료·면제 후 10년 동안 참정권의 제한을 받는다. 그러나 정당법 위반의 경우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아도 별다른 정치적 손해를 보지 않는다. 정당법 위반자는 금고 이상의 형 선고를 받은 경우 형 집행이 끝날 때까지만 참정권 제한이 있기 때문에, 박 전 의장 등은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는 대로 정치활동 재개가 가능해진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