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칼라이그젬프션(white-collar exemption·WCE)제도란 게 있다. 미국에서 한창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 주로 근로시간에 비례해 성과 측정이 어려운 화이트칼라를 대상으로 시행한다. 연장근로를 해도 수당은 없다. 능력에 따른 성과제도로 포괄임금제의 일종이다. WCE는 어떤 제도이고 일본에선 왜 도입하지 못했는지를 일본 고용 및 노동관계 제도를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아라키 다카시 도쿄대 법대 교수(사진)를 만나 알아봤다.

그는 “화이트칼라는 근무시간에 비례해 성과가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막을 근로 형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바로 자기관리형근로시간제란 이름의 WCE제도다. 아라키 교수는 화이트칼라에 왜 WCE제도가 필요한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만약 11시간을 일한다고 했을 때 8시간은 어슬렁거리면서 천천히 일하고 나머지 3시간은 열심히 일해 하루 8시간분의 업무를 해치웠다고 치자. 그래도 3시간분의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가.” 1987년 화이트칼라에 대해 재량근로시간제가 도입된 것도 이런 업무 특성 때문이다. 재량근로는 어느 정도의 연장근로수당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WCE는 수당이 제로다. 그래서 언론이 반대했고 2007년 아베 신조 총리가 법안 제출을 포기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일본에서 WCE가 여론의 역풍을 맞은 것은 후생노동성이 관리감독직의 대상을 폭넓게 포함시킨 탓도 크다고 아라키 교수는 덧붙였다. 이름만 관리직이지 실제로는 관리를 당하는 사람들까지 포함됐다는 것이다. 유연근로와 재량근로 논의가 한창인 한국에서도 학계와 재계를 중심으로 이 제도에 관심이 높다.

도쿄=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