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아이디·비밀번호 거래…주소·전화번호 등 다 볼 수 있어
하루 방문자가 수천명에 이르는 미주 한인 정보 인터넷 사이트에는 22일 이런 글이 올랐다. ‘네이버 지식인·블로그 휴면 계정(사용 한 번도 안 한 아이디) 판매. 1년 이상 절대 안 죽음! 대형 바이럴 마케팅(SNS 등을 이용해 소비자들 사이에 급속하게 퍼질 만한 특정 메시지를 퍼뜨리는 마케팅) 업체들이 괜히 저희와 거래하는 게 아닙니다. 문의 MSN 메신저 id****@hotmail.com’

메신저에 접속해 업자에게 말을 걸자 “주로 취급하는 것은 네이버와 다음 아이디인데, 아이디 수는 얼마가 됐든 살 수 있다. 아이디 ‘상태’에 따라 가장 싼 것은 500원, 비싼 것은 3000원까지 있다”고 했다. “안 죽는 아이디라는 게 뭐냐”고 묻자 “아이디의 원래 주인이 비밀번호를 바꾸는 걸 ‘죽는다’고 부른다”며 “비밀번호가 바뀔 가능성이 낮은 아이디일수록 가격이 비싸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업자가 팔고 있는 아이디는 해킹한 아이디 또는 직접 만든 속칭 ‘생성 아이디’ 두 가지였다. 아이디 주인들이 수시로 포털에 로그인을 하고 비밀번호를 바꾸면 아이디를 산 사람에겐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업자들은 나이가 많거나 인터넷 이용률이 낮은 포털 가입자들의 아이디를 주 타깃으로 수집한다고 한다. 생성 아이디는 업자가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이용, 포털에 직접 가입해 만든 아이디로 해킹한 아이디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어 더 비싸게 팔린다.

이렇게 사고팔리는 포털 아이디는 왜 중요한 개인정보가 될까. 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포털에 로그인하면 원래 주인이 포털 가입 때 기입했던 이름부터 집 주소, 휴대폰 번호, 가입한 카페,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까지 고스란히 볼 수 있다.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의 한 전문가는 “남의 포털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알고 있으면 주민등록번호나 다른 사이트의 비밀번호까지 유추해낼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홍보업체뿐 아니라 대포폰·대포통장 등을 사용하는 범죄집단에도 흘러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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