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택시가 20일 하루 동안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 등을 요구하며 운행을 중단했다. 전국 25만5581대 택시 중 84.3%에 달하는 22만54대가 운행을 멈추면서 새벽과 밤 시간대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다만 우려했던 출근길 택시 교통대란은 없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택시업계는 향후 추가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택시운행률, 평소 5분의 1에 그쳐

전국 택시 25만대 중 22만대 파업 … 정부-업계 '평행선'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등 4개 단체는 이날 엑스포가 열리는 여수를 제외한 전국에서 택시 운행을 중단하고, 서울 시청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택시 사업주와 노조가 공동 집회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 측 추산으로 최대 3만3000여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택시업계 노사는 정부의 택시정책을 규탄하고 재정지원 확대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전국 25만5581대 택시 중 22만54대가 운행을 멈췄다. 당초 정부 추산치(17만여대)보다 많은 택시가 운행 중단에 동참했다. 전국의 택시 운행률은 15.7%로, 70% 안팎인 평소에 비해 5분의 1에 그쳤다. 서울은 7만2827대 중 8800여대가 정상 운행해 12.1%의 운행률을 보였다. 경기도는 운행률이 1.9%에 그쳤다. 대구, 대전, 울산에선 사실상 모든 택시가 운행을 중단했다.

이날 택시 운행 중단으로 버스나 지하철로 출근자들이 몰리면서 일부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그러나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하철·버스 증차에 나서 교통대란은 거의 없었다는 게 국토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향후 총파업 불씨 남겨놔

택시업계의 파업은 하루 행사로 일단락됐지만 앞으로도 정부와 잇따른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택시업계 재정지원 등을 놓고 업계와 정부 간 절충점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택시업계가 이날 결의대회에서 촉구한 요구안은 △택시의 대중교통 법제화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안정화 △택시연료 다양화 △택시요금 현실화 △감차(減車) 보상대책 등 5가지다. 하지만 정부와 각 지자체는 이 요구에 한결같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택시업계의 어려운 사정은 이해하지만 재정확대 여부는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LPG 가격 안정화를 위해 E1, SK가스 등 업체를 설득하고 있지만 가격 결정 권한은 민간에 있다는 점 때문에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택시 경영난 해법을 놓고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 떠넘기기 식의 모습도 보이고 있다. 정부는 택시업계의 ‘요금 현실화’ 요구에 공감하고 있지만 각 지자체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감차 보상대책도 예산 지원 규모를 놓고도 정부와 지자체의 입장이 갈린다.

택시업계는 요구안을 반영한 대책을 정부가 마련하지 않을 경우 오는 10월께 2차 결의대회를 가질 계획이다. 또 12월 대선을 앞두고 3차로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앞으로 운행 중단에 대해선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양측 간 갈등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강경민 기자/경찰팀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