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 3세 남매를 둔 워킹맘 김모(39)씨는 매일 아침 출근전 전쟁을 치른다.

남편은 아이들과 인사하고 출근해 버리면 끝이지만 김 씨는 두아이 아침식사, 도시락부터 준비물, 수첩까지 다 챙기고 유치원, 어린이집에 각각 데려다 준 후 출근한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그 모든 원망은 엄마인 김씨가 들어야 한다. 병원에 데려갈 시간을 내지못해 발을 동동거리는 것도 엄마의 몫이다.

회사 일을 마치고 퇴근하면 남편은 일과로 피곤한 몸을 소파에 눕히고 아이와 놀아주며 TV 시청을 한다.

반면 김 씨는 퇴근후 또다른 하루가 시작된다고 토로했다.

회사일로 힘든 하루였지만 아이들 씻기고 먹이고 책을 읽어주고 밀린 빨래에 설겆이까지 모두 김씨의 몫이다.

이 때문에 맞벌이를 하는 아내와 남편은 말다툼이 잦다. 김씨는 "남편은 퇴근이 늦거나 회식을 해도 당연하고 나는 무조건 일 끝나면 일찍 집에 와야 하는 분위기다"라며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맞벌이 부부 중 남편이 자녀 양육에 쓰는 시간이 아내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정책연구소는 1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아버지의 육아 참여'를 주제로 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만 3세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의 경우 남편이 평일에 아이를 돌보는 시간은 평균 1.3시간이었다.

반면 아내는 3.5시간을 육아에 쓰고 있었다. 주말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편이 4.1시간을 양육에 쓰는 반면 아내는 7.5시간 육아에 매달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업주부가 주말에 7.5시간 양육시간을 소요하는 것과 동등한 수준이었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같은 인식의 차이는 극명했다.

‘맞벌이 부부의 가장 합리적인 가사분담은?’이라는 질문에 여자는 무려 63%가 ‘똑같이 반반 나눠서 한다’를 꼽은 반면 남자는 37%가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더 많이 한다’를 가장 많이 선택해 남녀의 뚜렷한 시각 차를 엿볼 수 있었다.

그 뒤를 이어 여자는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더 많이 한다;(24%), ‘여자가 주로 하고 남자가 도와준다’(10%), ‘남자가 주로 하고 여자가 도와준다’(3%) 순으로 답했으며 남자는 ‘똑같이 반반 나눠서 한다’(32%), ‘여자가 주로 하고 남자가 도와준다’(29%), ‘남자가 주로 하고 여자가 도와준다’(2%) 순으로 답했다.

‘맞벌이 시 육아의 몫은?’이라는 질문에는 남자 39%가 ‘여자’라고 답했으며 ‘공동부담’(35%), ‘잘 모르겠다’(25%), ‘남자’(1%) 순으로 답해 아직도 육아는 여자의 몫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을 알 수 있었다.

4명의 자녀를 모두 유명대학에 진학시킨 래리 곽 박사는 '아이의 잠재력을 깨워라'라는 책을 통해 "아이들의 생애 첫 10년이 평생을 좌우한다"면서 "부모, 특히 아버지가 이 기간 동안 자녀들의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영적, 학문적 잠재력을 최대한 깨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권의 많은 아버지들이 그들의 존재가 자녀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자녀들의 행복을 위해서는 아버지가 적극적으로 사랑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