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 의혹만 키운 노건평 수사
검찰이 지난 18일 ‘수백억원 뭉칫돈 발견’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실체 규명을 하지 못한 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사진)를 다음주 중 기소하기로 해 뭉칫돈에 대한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

이준명 창원지검 차장검사는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씨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으로 다음주 중 기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사의 핵심인 뭉칫돈 실체에 대해 이 차장 검사는 말을 바꿨다.

그는 “뭉칫돈이 (박석재 씨 계좌에) 남아 있다면 정상계좌이지(자금이 안 남아 있고 돈이 다른 데로 흘러갔으니 이상한 것)”라며 “언론에서 뭉칫돈이 남아 있다고 보도했지 검찰에서 남아 있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말해 ‘뭉칫돈 발견 파장’을 언론 탓으로 돌렸다.

이 차장검사는 또 “노씨의 두 가지 혐의와는 별도로 계속 수사해 나갈 것이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긴 길을 가겠다”고 말해 수사의 부실가능성을 사실상 시인했다.

이 차장검사는 노씨의 최측근인 영재고철의 박영재 씨와 동생 석재씨의 검찰 소환에 대해서는 “아직 말해 줄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박씨에 대해 출금금지 조치를 내렸고 24일 박씨 형제가 소유한 영재고철과 동부스틸, 식당 ‘바보오리농장’, 박씨 형제 자택 등 5곳에 대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한편 지난 23일 노씨와 함께 통영 공유수면 매립 허가 비리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브로커 이현주 씨(48) 등에 대한 창원지법 1심 재판에서 통영 공유수면 매립 사건과 별도로 2006년 고성군 동해면 공유수면 매립 허가 과정에서 ‘이씨가 김두관 경남지사(당시 청와대 정무특보) 찾아가 잘 좀 부탁한다고 말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창원=강종효 기자 k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