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해 입법을 추진해온 ‘근로시간 단축’을 사실상 철회했다. 강제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불필요한 노사 갈등과 기업들의 추가 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2일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지식경제부 등 관계장관들이 모인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근로시간 단축의 입법화는 올해 추진하지 않고 보류하기로 했다”며 “이 문제는 총리실에서 경영계와 노동계의 의견을 좀 더 수렴해 시간을 갖고 검토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청와대 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함에 따라 연내 근로시간 단축 입법은 어렵게 됐다.

고용부는 근로자들의 휴일 근로시간을 법정 연장근로 시간(주 12시간)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개정해 실질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을 적극 추진해왔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법정 근로시간인 주당 40시간에 연장근로를 주 12시간까지 추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휴일 근무는 관행적으로 연장근로 시간에 포함시키지 않아 실제 근로시간은 52시간(주당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용부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근로시간이 줄면 기존 근로자들은 임금이 감소하고, 기업들은 추가 고용에 따른 비용 부담이 늘어나 업계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고용 유연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를 정부가 법으로 강제하면 노사 갈등 등 부작용이 크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