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 씨의 측근 계좌에서 거액의 뭉칫돈이 발견됐다며 노씨와의 연관성을 강하게 내비친 검찰이 21일에는 연관성이 없는 것처럼 말하며 뒤로 물러섰다.

이준명 창원지검 차장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뭉칫돈을 노씨와 연관시켜서는 안된다”며 “현재 단계에서 누구의 통장인지, 액수가 얼마인지 확인해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 차장검사는 돈의 존재를 처음 언급한 18일에는 ‘뭉칫돈 발견’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날은 ‘뭉칫돈이 입출금된 흔적’을 발견했다고 발표내용을 수정했다.

하지만 검찰은 노씨의 자금관리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박영재 씨(57)와 거액의 뭉칫돈의 통장명의 개설인인 박씨의 동생 박석재 씨(54)를 조만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석재 씨는 “회사 통장을 내 명의로 한 것은 맞지만 운영은 형이 했다”고 말했다.

박영재 씨는 “300억원 규모의 뭉칫돈이 모여 있다는 것은 소설 같은 얘기”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검찰이 지목했던 통장은 2개인데 그 중 하나는 검찰이 압수해갔기 때문에 2008년 5월께 돈의 흐름이 끊어졌고, 회사 매출이 연간 150억원가량으로 몇년간 통장에서 돈이 오가면 전체 거래 규모는 당연히 그 정도 되지 않느냐”며 “또 다른 하나는 지금도 차량 할부금 입출금용으로 쓰고 있는데 잔액이 기껏해야 1000만~2000만원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거액의 뭉칫돈을 놓고 의문을 스스로 제기한 검찰이 정확히 누구의 계좌에서 얼마가 발견됐다는 것에 대해 발표하지 않고 있고 노씨 자금관리인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검찰이 충분한 확인없이 여론몰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검찰은 거액의 뭉칫돈 수사와는 별도로 변호사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를 놓고 노씨에 대해 23일 이후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창원=강종효 기자 k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