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찾아가 국장급 만나 "2100억원 넣겠다" 1시간 떼 써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56·사진)이 중국 밀항 시도 하루 전인 지난 2일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저축은행 담당 관련자들을 상대로 ‘막판 구명 운동’을 시도하려다 불발에 그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김 회장이 중국으로 도망가려 한 바로 전날 50대 여인 A씨 등과 금감원에 나타나 저축은행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국장급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안다”며 “그는 금감원 직원들에게 이 여성을 소개하며 ‘미래저축은행에 500억원을 투자할 사람이다.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고 8일 말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내가 금감원 윗분들과 친하다. 잠깐 만나 얘기하면 된다”고 떼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소환 조사한 미래저축은행 임직원들을 통해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하고 김 회장과 동행한 여성이 단순 거액 투자자인지, 김 회장과 특수 관계에 있는 인물인지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김찬경 회장과 고문, 감사 3명을 직원들과 함께 3~4분가량 만났지만 여성이 동행했는지 여부는 모른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김 회장은 당시 금감원 국장들에게 “충남 아산의 아름다운CC를 담보로 500억원을 증자할 것이며, 충남 천안의 1600억원짜리 땅을 저축은행에 증여하겠다”며 이 같은 자구계획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500억원을 증자하겠다는 사람과 1600억원짜리 땅을 증여하겠다는 소유주는 김 회장이 아닌 제3자들로 돼 있었다.

아름다운CC는 미래저축은행이 차명 차주에게 1500억원을 대출한 뒤 이를 다시 고월이라는 건설회사에 대여해 완공한 골프장으로 실질적인 소유주가 김 회장인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김 회장이 데려온 여성은 이 골프장을 담보로 잡고 500억원을 증자하려 했던 사람으로 보인다.

금감원 담당자들은 이 자리에서 “500억원의 출처를 조사해야 한다”며 “조만간 열릴 경영평가위원회에서 설명하면 될 것”이라고 말한 뒤 돌려보냈다.

저축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김 회장의 추가 비리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중국 밀항 시도 당일인 3일 우리은행에서 200억원을 인출한 뒤 이 중 상당액을 거액 투자자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호/류시훈 기자 ja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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