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스트패션(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들이 다른 업종 대기업과 손잡는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협업) 상품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본 유니클로는 최근 농심과 공동 제작한 ‘신라면 티셔츠’를 한국 일본 미국 등 13개국의 1000여개 매장에 내놨다. 일본에서 1500엔, 국내에선 2만4900원에 판매 중이다. 유니클로는 2003년부터 IBM 마이크로소프트 도요타 P&G 등 글로벌 대기업과 협업하는 ‘UT(유니클로 티셔츠) 프로젝트’를 꾸준히 벌여 왔는데, 농심은 한국 식품기업 가운데 첫 파트너가 됐다.

스웨덴 H&M도 지난달 기아자동차와 손잡고 ‘오픈 유어 아이즈 바이 레이+H&M’ 컬렉션으로 남녀 의류 14종을 선보였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창의미술 교육에 관심을 갖자는 사회공헌 메시지를 담아 수익금의 25%를 관련 단체에 기부한다. 기아차는 이 컬렉션의 디자인을 자동차에 옮긴 ‘레이 아트카’를 제작, 주요 H&M 매장 앞에 전시 중이다.

패션 브랜드가 유명 연예인이나 신진 디자이너들과 공동 작업하는 사례는 흔하지만, 전형적인 ‘굴뚝산업’인 식품이나 자동차 회사와 협업하는 것은 파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H&M과의 협업은 자동차업계에서 시도한 적 없는 공동 마케팅”이라며 “레이의 주 소비자층이 젊고 트렌디한 고객이기 때문에 H&M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패스트패션의 특성상 이들 제품은 고객들의 눈길을 붙잡는 ‘단발성’ 상품에 가깝다. 하지만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윤성학 농심 홍보팀 과장은 “유니클로는 UT 라인에서 해당 기업 로고를 변형하지 않고 하나의 문화로서 전달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일본 법인이 유니클로로부터 작년 4월 첫 제안을 받았고 1년여의 협의를 거쳐 디자인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협업이 ‘대박’으로 직결되기도 한다. 패션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CJ오쇼핑은 세계적 드레스 디자이너 베라왕과 협업한 고급 란제리 ‘베라왕 포 피델리아’를 지난달 28일 처음 방송해 50분간 10억원어치를 팔았다. CJ오쇼핑은 5일 밤 두 번째 방송을 내보낸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