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영학과 전공필수 과목인 경제원론 중간고사에서 시험 문제가 유출돼 경제원론 전체 수강생의 3분의 1이 재시험을 치르게 됐다. 대학에선 구체적인 진상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대는 지난달 26일 치러진 경영학과 1학년 경제원론 시험에서 부정행위 신고가 접수돼 이를 조사 중이라고 2일 밝혔다. 학교 측에 따르면 26일 오전 9시30분에 치러진 1반 시험과 11시의 2반 시험에 똑같은 문제가 출제됐다. 1반 시험을 마치고 문제지를 들고 나온 A학생이 2반 시험을 기다리던 B학생과 답을 맞춰봤고, B학생은 어떤 문제가 출제될지 미리 알고 시험을 치렀다.

이 같은 내용이 1반과 2반 수업을 담당하는 일본인 미야니시 마사코 교수에게 보고됐고, 그는 “문제를 미리 확인한 것은 부정행위이며 2반은 재시험을 치른다”고 결정했다. 2반 학생은 경제원론 전체 수강생의 3분의 1가량인 103명이다.

A학생은 1반과 2반의 문제가 똑같다거나 시험지를 밖으로 갖고 나가면 안 된다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 학생부학장은 “부정행위라기보다는 연달아 치러지는 시험에서 똑같은 문제가 출제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한 학생들과 외국인 교수와의 문화적인 차이에서 빚어진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일본에선 연달아 치러지는 시험에서 문제가 똑같은 경우도 많고, 먼저 치른 시험에서 시험지를 갖고 나가는 학생들도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시험을 담당한 조교는 “시험지를 갖고 나가면 안 된다는 공지를 안했지만 시험 직후 문제지는 수거했다”고 학교 측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학생 게시판인 ‘스누라이프’도 해당 학생들을 징계하라는 목소리로 들끓고 있다. 재학생 배모씨(27·경영학과)는 “고등학생 때도 부정행위에 대한 교육을 받았을 텐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대는 2009년 1학기에 약학대학, 앞서 2008년 1학기에 자연대학에서 부정행위가 일어나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2008년에는 부정행위에 가담한 학생 17명이 근신 처분과 함께 해당 과목에서 낙제처리됐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