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 눈은 예쁜 여자를 볼 때만 반짝이는 게 아니다. 여성들이 명품백을 동경하듯 남자들이 시선을 빼앗기는 물건은 묵직하게 위엄을 풍기는 고급시계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에서 27일 개막한 ‘에비뉴엘 워치 콜렉션’은 남성 쇼핑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줄 만한 전시회다.

브라이틀링 예거르쿨트르 등 27개 명품시계 브랜드들이 올해 스위스에서 열린 시계박람회 ‘바젤월드’와 ‘SIHH’에서 선보인 신상품과 한정판 시계를 포함, 500여종의 제품을 선보인다. 이 전시회는 내달 6일까지 열린다.


다이아 1300개 19억 짜리 쇼파드 ‘아이스큐브 워치
●‘억’ 소리 나지만… 그래도 멋있네

1층에 들어서면 처음 눈에 띄는 제품은 다이아몬드 1300여개를 장식한 쇼파드의 ‘아이스큐브 워치’(19억원대·사진)다. 이번 전시회의 최고가 시계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예거르쿨트르의 ‘듀오미터 스페로 투르비옹’(4억원대)은 3차원 입체 투르비옹(중력으로 인한 오차를 줄여주는 장치)을 탑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초단위까지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 이렇게 집 한 채 값에 버금가는 시계만 진열된 건 아니다. 브라이틀링의 ‘크로노맷 44’(1100만원대)는 이 회사가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무브먼트(시계 동력장치)인 ‘칼리버01’을 장착한 주력 모델이다. 큼직한 44㎜ 다이얼에, 숫자는 테두리 위에 음각 처리해 시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파워 리저브(한 번 태엽을 감으면 작동하는 최대 시간)는 70시간이다.

화려한 디자인보다 담담하고 클래식한 스타일에 끌리는 남성들에게는 예거르쿨트르의 ‘마스터 울트라 신 리저브 드 마르셰’(스틸 소재 1200만원대·핑크골드 소재 2500만원대)와 ‘마스터 컨트롤’(스틸 소재 900만원대·핑크골드 소재 2100만원대)을 추천할 만하다. 시계 본연의 기능과 핵심 요소에 집중, 모든 부품을 100% 자체 생산하는 브랜드인 예거르쿨트르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다.


계기판에서 영감 얻은 태그호이어 ‘그랜드 카레라’
●비즈니스 캐주얼을 더욱 세련되게

젊은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태그호이어에서는 ‘그랜드 카레라 17RS 크로노그래프’(700만원대·사진)를 선보였다. 시곗줄을 가죽 혹은 스틸 소재로 교체할 수 있어 비즈니스 캐주얼에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계기판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으로, 초침은 고정된 채 디스크가 돌면서 시간을 표기한다.

IWC의 ‘포르토피노 핸드와인드 8데이즈’(1300만원대)를 선택한 시계 마니아들은 태엽 감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릴지도 모르겠다. 한 번 태엽을 감으면 꼬박 192시간, 8일 동안 작동한다. 지름 45㎜로 9시 방향에 파워 리저브, 3시 방향에 날짜를 표기하며 6시 방향에는 초를 보여주는 조그만 별도의 창이 있다. 이탈리아 신발 브랜드인 산토니의 고급 가죽으로 만든 시곗줄을 자사 제품 중 유일하게 사용, 특별한 멋을 더했다.

까르띠에가 남성 대상 주력 아이템으로 내놓은 ‘칼리브 드 까르띠에 골드 앤드 스틸’(1400만원대)은 케이스를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 손목에 착 감기는 착용감을 준다. 마치 다이얼을 압도할 듯 로마자로 큼지막하게 표기한 ‘XII’(12시)가 눈에 띈다.


시계 테두리 위에 숫자 새긴 브라이틀링 ‘갤럭틱 32’
●그녀와 함께 찰 시계를 찾는다면

브라이틀링의 ‘갤럭틱 32’(700만원대·사진)는 이 브랜드의 여성용 시계 중 지름이 32㎜로 가장 작다. 인덱스를 심플한 바 형태로 처리한 대신 숫자를 베젤(테두리) 위에 새겨넣어 우아하고 세련된 느낌을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일반 쿼츠 무브먼트에 비해 10배 이상 정확한 슈퍼 쿼츠 무브먼트를 장착했다.

예거르쿨트르의 ‘그랑 리베르소 레이디 울트라 신’(1000만원대)은 두께 7.2㎜로 착용감이 좋고, 핑크 골드와 스틸을 함께 쓴 투톤 컬러의 다이얼이 눈에 띈다. 시곗줄은 이탈리아 수제가죽 전문 브랜드 발렉스트라와 손잡고 만든 것으로, 질감이 독특하고 자연스럽게 손목에 감아 연출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제니스의 남성용 ‘캡틴 크로노그래프’와 여성용 ‘울트라 신 레이디 문 페이즈’(900만원대)는 클래식한 복고풍 디자인을 강조해 커플용 예물시계로 추천할 만한 제품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