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형을 선고받은 무기수의 심정이 이럴까요. 모든 희망이 사라지고 칠흑 같은 어둠에 갇히는 느낌이었어요.”

서울특별시 복지상 장애인부문 대상 수상자로 18일 선정된 김종배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 재활보조기술과장(51·사진)은 1985년 9월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KAIST 산업공학과 석사과정 마지막 학기를 보내던 그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친구집 옥탑방 계단을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 머리부터 땅에 닿으면서 가슴 아래 부분이 모두 마비된 것. 촉망받던 과학도가 졸지에 남의 도움 없이는 거동도 하기 어려운 전신마비 1급 장애인으로 바뀐 것이다.

사고 후 기독교에 귀의해 마음을 추스르던 김 과장은 개인용 컴퓨터가 막 보급되고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던 1995년,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인터넷을 통해 만난 전신마비 미국인 짐 루빈 변호사는 ‘롤모델’을 제공했다.

“평생 호흡기를 메고 살아야 하는 중증장애인인 루빈은 모스 부호를 이용해 장애인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재활공학의 힘이었죠. 장애인에게 과학과 인터넷은 새로운 기회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는 1996년 수레바퀴선교회에 정보통신센터를 만들어 장애인 재활과 교육사업을 시작했다.

2001년, 김 과장은 40세의 늦은 나이에 미국 피츠버그대로 유학길에 올랐다. 유학 4년에 박사학위를 받았고, 2008년 봄에는 피츠버그대에 교수로 임용됐다. 사고를 당한 지 23년 만이었다. 2008년 가을, 국립재활원이 재활연구소를 설립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귀국길에 올랐다.

귀국 후 그는 맹렬히 연구에 몰두했다. 연구소 옆 기숙사에서 머물며 1주일에 2~3일만 집에 들어갔다. 재활연구소는 김 과장 주도로 지금까지 식사보조로봇, 욕창 방지용 휠체어 등 30여건의 성과물을 내놨다. 특허만 16건에 이른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