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여성 살해 사건에 이어 영등포에서도 조선족이 한국인 직업소개소장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6일 오전 직업소개소장 김모씨(69)를 칼로 찌르고 달아난 혐의(살인)로 조선족 일용직 노동자 이모씨(37)를 쫓고 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서울 영등포동의 한 직업소개소에서 김씨에게 공장 일을 소개받았으나 두 달치 임금 230만원 중 130만원을 받지 못했다며 6일 오전 10시50분께 소개소로 찾아와 김씨가 대신 받아 줄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말다툼이 일어나 흥분한 이씨가 평소 갖고 있던 등산용 칼로 김씨의 배를 수차례 찌르고 도망쳤다. 김씨는 바로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다음날인 7일 새벽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 접수 후 경찰서장 이하 형사과장, 강력계장, 강력6개팀 과학수사팀이 현장에 출동해 현장감식과 폐쇄회로 카메라를 통해 피의자의 인적사항을 파악했다”며 “현재 피의자를 출국정지하고 전담팀을 편성해 추적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2월10일부터 서울 대림동과 신길동을 특별치안강화구역으로 설정했다. 신길동 재개발구역의 빈집이나 낡은 집을 대상으로 한 순찰과 일제수색으로 조선족 등에 의한 강력 범죄를 예방한다는 취지였다. 경찰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3개월 동안 대림동 일대에서 1차 활동을 벌여 강간 1명, 절도 16명, 수배자 28명 등을 검거했고,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조선족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신길동까지 범위를 넓힌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이 범죄 예방 활동으로 주민 체감 안전도가 향상됐다고 홍보한 것과 달리 이번 살인 사건에서도 발생 직후 범인 초기 검거에 실패해 형식적 방범활동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