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의원이 가짜편지 입수 경위 밝혀야"
BBK 김경준 씨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일명 ‘가짜 편지’의 작성자 신명 씨(사진)는 27일 “당시 구속 수감 중인 형을 석방시켜 준다는 말만 믿고 양승덕 경희대 행정실장이 시키는 대로 써준 것”이라며 “그 편지가 어떻게 이용될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날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편지를 쓴 지 4일 만에 홍준표 의원이 자신의 편지를 입수해 김경준 씨의 기획입국설을 제기했다”며 “홍 의원은 그 편지를 어떻게 입수했는지를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미국 텍사스에 머물고 있던 신씨는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베이징을 거쳐 이달 말께 한국에 입국할 예정이다. 신씨는 그러나 “선거 관련 수사는 선거가 끝난 후 하는 게 원칙인데도 검찰이 총선 전에 수사를 매듭지으려 하고 있다”며 “아직 검찰수사에 응할지 최종적으로 결심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홍 의원이 기획입국설을 제기한 직후 양씨로부터 이번 건은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씨 등이 직접 다루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당시 양씨는 김병진 이명박 후보 상임특보(두원공대 총장), 이 대통령의 손윗 동서인 신기옥 씨 등과 수시로 통화하는 등 친분관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홍 의원의 측근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들이겠느냐는 제안을 간접적으로 받았다”며 “그러나 홍 의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 사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들어가면 홍 의원이 그동안 BBK사건과 관련해 주장해온 내용들이 모두 허위라는 사실을 입증할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연루된 BBK사건의 김경준 씨는 대선이 한창 진행 중인 2007년 10월에 미국 재판에서 항소를 포기하고 국내 송환을 택했다. 이후 11월 중순 홍 의원이 김씨의 미국 구치소 수감동료였던 신경화 씨가 쓴 편지를 공개하면서 김씨의 송환은 당시 여당인 민주당 측이 기획한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편지에는 “자네가 ‘큰 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고…”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이 편지는 신경화 씨가 아니라 그의 동생인 신씨가 한나라당 인사와 연루된 양씨의 부탁으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 오히려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기획입국설’을 만들어내기 위해 역공작을 한 것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