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대학 등록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명목 등록금(고지서에 찍혀 나오는 금액) 5%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나섰지만 서울 주요 대학의 인하율은 이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경희대 건국대 고려대 등 13개 대학의 신입생 등록금을 집계한 결과 ‘반값등록금’을 실현한 서울시립대와 국립대법인인 서울대(4.7% 인하)를 제외하곤 대부분 2%대에 그쳤다.

대학들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장학금을 늘린 만큼 학생과 학부모의 실질 부담은 명목 등록금 인하율보다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전국 344개 대학 가운데 337곳이 올해 등록금을 지난해보다 평균 4.2% 인하하기로 했다. 금액으로는 5898억원이다.

◆주요대 명목 인하율 2~3%대 그쳐

13개 대학이 모두 운영 중인 경영학과를 기준으로 볼 때 명목 등록금을 가장 작게 내린 곳은 중앙대로 학교가 발표한 인하율은 2.3%지만 입학금(98만원)은 그대로여서 신입생 등록금 고지서 상의 인하율은 1.8%에 그쳤다.

고려대(463만원) 한양대(449만원) 성균관대(442만원) 등도 명목 인하율이 2%에 그쳤다. 숙명여대는 기존 학교 측 입장이었던 2% 인하에 학생들의 요구가 반영돼 총 4%를 내렸다. 이화여대도 3.5%를 내려 인하폭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었다.

명목 등록금 액수만을 기준으로 하면 조사 대상 11개 사립대 중 경희대가 405만9000원으로 가장 쌌다. 가장 비싼 이화여대(471만6000원)와는 65만7000원의 차이가 났다.

계열별로는 의대 등록금이 여전히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의예과는 명목 등록금을 2% 내렸지만 신입생 1학기 등록금이 627만원에 달했다. 성균관대와 중앙대도 각각 556만원과 549만원으로 500만원을 훌쩍 넘었다.

공학계열도 한 학기 등록금이 500만원에 가까운 경우가 많았다. 2%를 내린 고려대 공학계열은 488만원, 4%를 인하한 이화여대 공과대학은 478만원에 달했다.

◆대학들 “장학금 늘렸다” 해명

대학들은 등록금 인하율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에 대해 “저소득층 장학금을 늘려 실질적인 부담을 낮췄다”고 해명한다. 연세대는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학사경고(평점 1.75) 수준만 넘으면 등록금 전액과 학기당 60만원의 생활비를 주기로 했다. 소득 1분위에는 등록금 전액, 2~3분위에는 반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한다.

한정호 연세대 대외협력처장은 “장학금 재원으로 88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며 이를 반영한 실질적인 등록금 인하율은 6%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는 300억원 규모의 교내 장학금을 340억원으로 늘리고 저소득층 학생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서울대는 장학금 예산을 지난해 370억원에서 올해 410억원으로 늘려 소득 하위 50% 학생들에게는 전액, 60%에는 반액, 70%에는 30%의 장학금을 각각 지급할 계획이다. 중앙대(104억원), 건국대(65억원), 이화여대(49억원) 등도 올해 장학금 예산을 추가로 편성했다.

강현우/심성미/이현일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