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실세 로비자금 60억 실체 못 찾아
"이상득 7억 출처 규명 상당히 어려운 수사"

검찰이 지난해 9월부터 이국철(50.구속기소) SLS그룹 회장이 폭로해온 각종 의혹 사건 수사를 약 다섯 달 만에 일단락짓고 그동안 숱하게 제기됐던 의혹의 실체를 밝혔다.

검찰은 정관계 상대 구명로비 의혹, SLS조선 워크아웃 결정 부당성 등 이 회장의 주장 대부분이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16일 설명했다.

◇정권실세 60억 로비 의혹 = 이 회장은 자신의 비망록에서 정권 실세에게 구명로비를 펼치기 위해 대영로직스 문환철(43.구속기소) 대표에게 60억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SLS 법인 계좌와 이 회장 본인, 주변인들의 계좌를 추적했으나 '로비자금 60억원'의 존재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신 이 회장 측이 현금으로 조성한 자금은 6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40억원 정도로 파악했다.

이 중 10억원은 이 회장 누나가 지인에게 꿔준 5억원과 사업가 이치화(56.구속기소)씨에게 빌려준 5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0억여원은 문 대표에게 건너갔는데 이 중 새누리당 이상득 의원의 전 보좌관 박배수(47.구속기소)씨에게 흘러간 돈이 6억5천만원, 문 대표 자신이 개인적으로 쓴 돈이 7억여원이며 나머지는 대영로직스 운영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사업가 김모씨를 통해 검사장급 간부들에게 억대 로비를 벌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회장이 밝힌 시간, 장소 등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박영준 일본출장 향응 의혹 = 이 회장은 박영준(52) 전 국무총리실 차장이 일본에 출장 갔을 때 SLS그룹 현지법인 권모 대표를 시켜 400만~5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미 작년 연말 박 전 차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회장의 주장 중 박 전 차장이 접대를 요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술자리 참석 여부는 쌍방 진술이 엇갈려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 전 차장이 이 회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도 똑같이 무혐의 처분해 일각에서는 박 전 차장에게 역으로 무고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견해도 나왔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무고죄는 사실 관계와 범의(犯意) 관계 두 가지가 충족돼야 하는데 무고로 기소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박 전 차장이 실제로 접대를 받았는지도 판단을 유보했다.

진술이 엇갈리는 데다 접대 술자리가 몇 차였는지 불명확하다는 게 이유다.

앞서 박 전 차장은 2차 자리에 권씨와 우연히 동석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지인인 H인터내셔널 상무 강모씨가 비용을 계산했고, 3차 자리에는 다음날 아침 일정을 고려해 가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반면 권씨는 2차를 마치고 박 전 차장 일행과 함께 3차 자리에 간 뒤 술값 20만엔(297만원)을 자신이 냈다고 상반되게 진술했다.

◇이상득 의원 '장롱속 7억' = 검찰은 이 회장이 대영로직스 문 대표를 통해 이상득 의원의 전 보좌관 박배수씨에게 6억여원을 건넨 사실을 확인하고 이 돈의 최종 목적지를 찾기 위해 장기간 관련 계좌를 추적했다.

그 결과 이 돈은 박씨가 주식투자나 부동산 구입 등에 쓴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검찰은 계좌추적 과정에서 2009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이 의원실 여직원 임모(44)씨 개인 계좌에 출처를 알 수 없는 7억여원이 입금된 사실을 발견했다.

의원실 여직원은 "이 의원이 사무실 경비로 쓰라고 가져다준 돈"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의원은 "부동산 매각대금과 집안 행사 축의금으로 들어온 현금을 그동안 집 장롱 속에 보관해뒀다가 가져다 쓴 것"이라며 자진해서 검찰에 소명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이 돈의 출처에 관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이 의원이 어떤 방법으로 7억원을 모았는지 별도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다만, 현금 거래인 만큼 계좌추적으로는 출처를 규명하기 어려워 다른 수사방법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금 입금이라 다른 객관적 물증이나 진술에 의해 보강되지 않으면 상당히 어려운 수사"라고 말했다.

◇SLS 워크아웃 의혹 = 이 회장은 지난 2009년 SLS조선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워크아웃 결정을 받을 때 협박과 회유, 강압이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나는 워크아웃 신청서를 승인한 적도 없고 인감을 찍어준 적도 없다"면서 "2009년 창원지검 수사와 동시에 산업은행이 정상적인 자금 인출을 거부했고, 2007~2008년 흑자 경영을 했지만 검찰 수사를 받은 2009년엔 적자가 났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일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2009년 초부터 회사 운영자금이 없었던 데다 흑자가 났다는 2007~2008년에도 생산 가능한 선박 물량의 배 이상을 수주해 공기가 지연되는 바람에 지체금을 계속 물어내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조사결과 이 회장은 회사 운영자금이 부족하자 2009년 초부터 500억~600억원 상당의 회사 상생자금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은행이 자금 인출을 거부한 것도 워크아웃 신청이 들어와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정상적인 조치였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신아조선 대표 사기 의혹 = 이 회장은 회사의 자산상태를 속인 채 자신에게 회사를 넘겼다며 SLS조선의 전신인 신아조선 대표 유수언(현 통영상공회의소 회장)씨를 지난해 11월 고소했다.

2005년 12월 유씨를 만났을 때 '신아조선이 연매출 3천300억원, 선수금 한도 6억달러에 분식회계가 전혀 없는 회사'라고 속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 회장이 신아조선을 인수할 당시 분식회계 규모를 알고도 인수계약을 맺은 것으로 결론 냈다.

또 유씨가 참여정부 실세의 도움으로 SLS조선을 다시 빼앗으려 했다는 이 회장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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