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 120다산콜센터

서울市政 궁금증·별별 민원
하루 평균 3만3000건 응대
스트레스 많지만 보람 커
"술집에 놓고 온 내 외투 찾아달라" 한밤중 황당요구

“황당한 전화에도 절대로 화내지 마세요. 모두 서울 시민들의 소중한 문의입니다.”(서울시 관계자)

지난 10일 저녁 서울 신설동에 있는 서울시 ‘120다산콜센터’. 기자가 건물 3~5층에 자리잡은 상담실로 들어서자 500여명의 상담원들이 쉴 새 없이 전화 상담에 응하고 있었다. 서울 시민들의 전화상담을 위해 2007년 9월 출범한 다산콜센터는 5년 만에 114·119에 버금가는 대표 민원센터로 성장했다. 출범 첫해 20명이었던 상담원은 올해 518명으로 증가했다. 1년 365일 24시간 내내 가동되는 다산콜센터엔 시정 관련 궁금증뿐 아니라 온갖 민원 전화가 걸려온다. 하루 평균 상담 건수는 1월 기준으로 3만3000건에 달한다. 전임 시장 색채 지우기에 나섰던 박원순 시장도 오세훈 전 시장의 야심작인 다산콜센터만큼은 높은 평가를 내린다는 게 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술집에 놓고 온 내 외투 찾아달라" 한밤중 황당요구

기자는 이날 다산콜센터 일일 상담원으로 나섰다. 상담팀장으로부터 응대 방식 등 간단한 교육을 받고 바로 상담에 투입됐다. 옆자리에 경력 7년차인 박혜경 씨(39)가 대기했다. 신입 상담원의 경우 160시간 교육을 받은 후 업무테스트를 통과한 후에야 상담에 응할 수 있다.

“절대로 화내거나 흥분하지 말라”는 팀장의 당부를 염두에 두면서 헤드폰을 쓰고 책상 앞 전화기의 상담가능 버튼을 누르자 첫 전화가 울렸다. 지하철 성북역 인근의 163번 버스정류장 위치를 묻는 한 남성의 전화였다. 황급히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았지만 허사였다. 기자가 당황해하자 옆에 있던 박씨가 정류장 위치를 금세 찾아 알려줬다. 박씨는 “출퇴근 시간엔 버스 노선이나 정류장 위치를 묻는 전화가 많다”며 “서울시의 웬만한 버스노선은 꿰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번째 전화. 50대 남성의 목소리였다. “김정일이 죽은 게 사실이냐. 증거가 있느냐”는 문의였다. 기자는 “그는 지난해 12월17일에 사망했고, 시신은 금수산 궁전에 안치돼 있다”고 친절하게 답변했다. 그러자 이 남성은 “믿을 수 없다. 시신이 가짜가 아니냐”고 되물었다.

김정일 사망 여부를 놓고 3분가량 이 남성과 토론한 후 전화를 내려놓자마자 헤드폰을 상담팀장에게 압수당했다. “상담 속도도 너무 느린 데다 시민 문의에 토론하는 상담원이 어딨느냐”는 게 팀장의 냉정한 평가였다.

2통의 전화 상담으로 직접 체험을 마친 후 상담원과 나란히 앉아 상담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1시간 동안 상담원 1명당 10건가량의 전화가 이어졌다. 오후 9시께까지는 버스 노선 등 길안내를 원하는 문의가 많았다. 동부간선도로에서 추돌사고가 났다는 신고도 들어왔다. 올해 경력 4년차 유영은 씨는 경찰청에 직접 전화를 걸어 신고를 접수했다.

밤 10시가 넘자 취객들의 전화도 걸려왔다. 한 남성은 술집에 옷을 두고 왔다며 다짜고짜 옷을 찾아오라는 등 횡설수설했다. 이런 전화는 흔한 편이다. 장인호 서울시 주무관은 “악의적인 전화를 자주 거는 시민들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베테랑 상담원들이 직접 상담한다”고 말했다. 매달 200개가 넘는 전화번호가 블랙리스트로 등록된다.

다산콜센터 상담원들의 월급은 대략 160만원 정도. 보통 3교대지만 업무 강도가 높다. 상담에 응할 땐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는 데다 장난전화와 욕설로 고충도 겪는다. 심순의 120운영팀장은 “콜센터 상담원들의 노고를 시민들이 조금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