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발파 시작됐지만

야당·시민단체, 경찰과 충돌…공사지연 손실 한달 30억원
한명숙 5년 전 "건설 불가피"…이제와서 "중단해야" 말 바꿔
전문시위대 '쇠사슬 연좌'…국책사업 또 위기

제주 해군기지(민ㆍ군 복합형 관광미항) 사업부지 안 ‘구럼비 해안’을 정비하는 발파 공사가 7일 시작됐다. 하지만 외부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현장 주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곳곳에서 국책사업의 진행을 가로막고 나서면서 경찰과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시위대 중 일부는 쇠사슬로 서로 몸을 묶고 연좌농성을 하는 등 공사를 막고 있어 정부가 장기과제로 추진하는 국책사업이 ‘전문 시위대’의 방해로 또 다시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발파작업은 예정대로…가로막는 시위대

해군기지 시공사 측은 이날 오전 11시23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구럼비 해안 발파작업을 진행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은 앞으로 5개월 동안 43t 규모의 화약을 사용, 구럼비 해안 정비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해군기지 반대자들은 구럼비 바위를 용암에 의한 희귀 지형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가로막는 상태다.

발파 작업은 당초 이날 오전 7시께 시작될 예정이었다. 시공사 측은 이를 위해 공사장에서 15㎞ 떨어진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의 화약공장에 보관된 화약 8t을 운송하는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부산 한진중공업에서 크레인 농성을 벌였던 김진숙 씨를 비롯한 외부의 시민단체 활동가와 주민 등 100여명이 화약 운송로를 차단했다. 강정마을 동쪽에 있는 강정천 다리 주변에선 시위대 차량 10여대가 공사 진입로를 막았다. 시공사는 결국 공사화약을 배로 옮겼고 이 바람에 발파 작업은 4시간가량 지연됐다.

◆공사 지연 손실 눈덩이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도 현장의 시위대에 합류, 쇠사슬로 몸을 묶고 연좌농성에 합류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도 이날 오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참여정부 시절 총리를 지냈던 한 대표는 2007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미래의 대양해군을 육성하고 남방항로를 보호하기 위해 해군기지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주장했었다.

한 대표는 이날 “해군기지 예산을 모두 삭감한 것은 국회의 의견이자 곧 국민의 의견”이라며 야권연대를 이뤄 해군기지 공사를 중단시키겠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께 1000여명의 병력을 투입, 시위대가 막고 있는 구럼비 해안 진입로 뚫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외부의 반대단체와 야당 지도부, 제주도까지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오랜 논의를 거친 해군기지 건설이 또다시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해군기지는 당초 예정보다 13개월가량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공사가 지연 될 때마다 한 달에 30억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관계자는 “처음에는 주민들이 50%가 넘는 지지를 보냈지만 외부인들과 제주도까지 반대하면서 (당초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며 “시간이 지체될수록 국고만 낭비되고 있다”고 했다.

◆도지사, 도의회까지 ‘눈치보기’

우근민 제주지사는 오충진 제주도의회 의장과 함께 이날 기지 건설공사를 일시 중단하라고 촉구한 데 이어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해군에 발송했다.

우 지사의 요구에 대해 국방부는 계획대로 공사를 실시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특히 제주지사가 공사정지 명령을 내리면 국토해양부와 협조해 이를 취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등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