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7일 용산재개발현장 화재사고로 수감 중인 8명에 대한 사면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건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박 시장이 이날 용산4구역 철거현장 화재사고 관련자들의 사면을 요청하는 공문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건의서에서 “구속 중인 8명의 철거민은 범법자이기 전에 도시재개발 과정에서 생계터전을 잃고 겨울철 강제 철거의 폭력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지도 못하고 절망했던 사회적 약자”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용산 사고로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사는 그들에게 사고의 모든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사면 건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법무담당 관계자는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이 특정인 사면을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8명의 용산사고 구속자들은 이미 4년 형량의 3분의 2 정도 복역한 상태로 사면법상 ‘특별사면’ 대상자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지난달 18일 용산 사고 3주년을 맞아 진행된 북콘서트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 참석해 사면 건의를 약속했었다. 박 시장은 “시장으로서 권한은 없지만 정부에 건의해 돌아오실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법조계 등에서는 이미 법률적 판단이 내려진 사안에 대해 시장이 사면을 요구하는 것은 유사 사례에 대한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법적인 안정성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서울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관련자에게 유죄판결이 내려졌지만 용산4구역 재개발사업은 착공되지 못하는 등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아직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며 “행정의 안정성을 책임져야 할 시장이 정치적 논리로 사면을 요청하면 혼란만 가중된다”고 우려했다. 하창우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특별사면의 경우 항상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게 마련인 만큼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시장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자제하면서 정책으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용산4구역 철거현장 화재사고는 경찰이 2009년 1월 서울 한강로 2가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수백개의 화염병을 갖고 점거농성을 벌이던 세입자와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들을 해산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 농성자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숨진 사고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화재로 숨진 사망자의 자녀 1명, 철거민 당사자 4명, 철거 반대를 위해 타 지역에서 연합한 철거민연대 2명, 철거민연합회 의장 1명 등 8명을 구속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