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빌딩사업 내팽개친 30대 여인
30대 여성 사업가가 진행 중이던 5000억원대 빌딩 개발사업을 내팽개치고 검찰 수사를 피해 도피 중이다. 한의대 출신의 독특한 경력과 출중한 미모,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벌인 대형 개발사업으로 부동산 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인사다. 여기에 한 중소기업 사장의 1100억원대 빌딩 불법 증여를 총괄 기획했던 것으로 드러나 업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하고 있다.

3일 검찰에 따르면 부동산개발 업체 C사의 한국지사장 Y씨(34)는 지난달 자신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와 관련된 법원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두 차례 모두 출석하지 않은 채 도피 중이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했다.

Y씨는 T사 대표 L씨(63)가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1100억원대 빌딩을 자녀에게 탈세를 통해 증여한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L씨는 2008년 자신의 지상 10층, 연면적 4488㎡의 서울 역삼동 빌딩을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약 400억원 이상의 세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되자 Y씨를 찾아 탈세 방안을 모색했다.

Y씨는 공인회계사와 홍콩의 페이퍼컴퍼니 대행사 등과 함께 4개월 동안 치밀하게 범행 계획을 수립했다. Y씨는 T사를 홍콩 법인으로 바꾸고 자신이 설립한 홍콩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L씨가 주식을 자녀에게 양도하는 방식으로 세금없이 증여토록 하고 탈세 대가로 75억원을 챙겼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L씨를 구속기소하고 탈세과정에 공모한 공인회계사 2명을 불구속기소했다.

Y씨는 L씨로부터 서울 중학동에서 2009년부터 추진 중인 복합업무단지에 1100억원도 투자받았다. L씨는 본인 소유 빌딩 3채를 담보로 금융권으로부터 대출받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5000억여원을 들여 서울 도심 광화문의 미국대사관 뒤 이마빌딩 옆 나대지 6730㎡에 오피스 빌딩과 호텔 등을 짓는 사업이다. 2013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Y씨는 L씨 외에는 별다른 투자를 받지 못해 한창 투자 자금을 모으는 중요한 시기에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이달 중으로 추가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면 5000억원 투자 사업이 크게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Y씨가 행방을 감춘 것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5000억원 규모 사업을 추진 중인 만큼 오히려 법원에서 ‘도주우려 없음’으로 구속영장을 기각할 가능성을 우려했는데, Y씨가 먼저 잠적해 버려서다. 안 그래도 법원이 공인회계사들에 대해서는 영장을 기각한 터여서 검찰은 속이 타고 있다.

Y씨는 앞서 L씨의 탈세사건 수사 때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Y씨가 (본인의 사업진행을 감안할 때) 도저히 도망갈 수 없는 상황에서 도망가 버렸다”고 말했다.

C사는 Y씨의 남편이 대표로 돼 있으나 실질적인 사업 추진은 Y씨가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인 H사 관계자는 “대주단에서 C사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처리하고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Y씨는 서울의 모 한의대를 다니다 재학 중에 홍콩을 오가며 현지의 금융·부동산업계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쌓으며 부동산 사업에 발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