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 사립大의 20%…편입 프로그램 활용…아이비리그로 '점프'
“한국에는 왜 이런 2년제 대학이 활성화되지 않는지 이상하네요.”

미국 버지니아주의 애넌데일 등 6개 지역에 캠퍼스를 둔 2년제 전문대학 ‘북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NOVA)’. 애넌데일 캠퍼스에서 국제연구 및 프로그램 업무를 맡고 있는 폴 맥베이 부총장이 던진 한마디는 예리했다. 한국의 전문대학들도 NOVA처럼 학생들이 4년제 대학으로 활발히 편입할 수 있는 제도를 갖췄다면 ‘입시 지옥’은 덜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요즈음 미국에서는 NOVA와 같은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가 인기다. 전문기술을 가르치는 직업학교나 정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최후의 보루 정도로 여겨져온 커뮤니티 칼리지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4년제 대학으로 점프할 기회를 주는 것은 물론 경기침체기에 학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커뮤니티 칼리지의 장점 때문이다.

◆아이비리그도 인정해

학비 사립大의 20%…편입 프로그램 활용…아이비리그로 '점프'
NOVA의 경우 전문직업 과목 이수과정 등과 4년제 편입 전공과목 이수과정으로 구분해 학사를 운영하고 있다. 맥베이 부총장은 “총 학생 6만명 가운데 약 60%가 편입 전공 과정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편입 전공학과는 심리학 국제학 경영학 수학 컴퓨터공학 정보기술학 등 다채롭다.

편입 전공학과에 등록한 학생이 1학년과 2학년을 거쳐 편입 학점을 따면 버지니아주립대(UVA)와 버지니아공대 등 버지니아주 안의 4년제 주립대 및 사립대학의 3학년에 편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100% 편입을 보장하는 협약도 주요 대학들과 맺어 운영하고 있다. 조지타운대, 존스홉킨스대 등 NOVA의 학점을 인정하는 다른 지역과 주의 대학들도 있어 편입할 4년제 대학 폭은 넓다.

튀니지 출신인 여학생 카리마 벤 아이드는 NOVA에서 편입 전공 과정을 뛰어난 성적으로 이수한 뒤 2010년 브라운대에 입학해 부러움을 샀다. 커뮤니티 칼리지의 편입 제도가 만들어낸 신데렐라였다. “몇 년 전 NOVA를 졸업한 댄 니키다라는 학생은 동부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컬럼비아대에 당당히 편입했다”고 맥베이 부총장은 귀띔했다.

◆‘스마트’한 징검다리

미국에는 NOVA를 비롯해 1200여개의 커뮤니티 칼리지가 설립돼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UCLA, UC버클리 등 UC 계열의 대학들이 커뮤니티 칼리지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커뮤니티 칼리지를 거쳐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는 학생 수는 2000~2008년 버지니아주에서 34%, 메릴랜드주에서는 36%나 증가했다. 연간 편입 정원이 70명인 서부의 스탠퍼드대는 해마다 1400~1600명에 달하는 커뮤니티 칼리지 학생들이 편입을 신청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경기침체는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의 위상과 가치를 더 높였다. 가계 살림살이가 빠듯해졌지만 4년제 주립대와 사립대의 학비는 다락같다. 연간 2만달러선의 주립대와 4만~5만달러대의 사립대에 비해 커뮤니티 칼리지의 학비는 연간 8000~9000달러로 저렴하다.

버지니아주 조지메이슨대 편입을 목표로 NOVA에서 건강정보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는 여학생 에밀리아 테터는 “학비가 싸 대만족”이라고 전했다. 1,2학년을 값싼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보낸 다음 4년제 대학에 편입해 3학년과 4학년을 공부할 수 있어서 4년제 대학 학생들보다 학비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편견 같은 것 없어요”

NOVA에서 미국 수화(手話)를 전공 중인 남학생 CW 틸맨. 2년제 대학에 다닌다고 폄훼하는 주위의 시각이 없느냐고 하자 “그게 두려웠다면 입학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되받았다. 수화학의 아이비리그라고 불리는 워싱턴 시내의 갤러대트대에 편입하겠다는 그의 목표가 야무졌다.

커뮤니티 칼리지를 활발히 지원하는 사회재단도 있다. ‘잭 켄트 쿠크재단’은 우수한 커뮤니티 칼리지 학생이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해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 제도를 운영한다. 매년 미국 전역의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50명씩 선발, 1인당 3만달러에 이르는 장학금을 준다.

나아가 이 재단은 2006년 앰허스트, 코넬, UC버클리,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USC 등 8개 유명 대학의 편입 과정을 개선하는 데 680만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당시 데이비드 스코턴 코넬 총장은 “코넬은 설립 이후 커뮤니티 칼리지 편입생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여왔다”면서 “코넬의 첫 여성 졸업자도 편입생 출신이었다”고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한국의 전문대와 달라

한국에도 2년제 전문대학이 있지만 미국 내 커뮤니티 칼리지와 같은 위상과 인식은 자리잡지 못했다. 1950년대부터 설립된 커뮤니티 칼리지들은 90% 이상이 주정부의 지원(세금)으로 운영된다. 1980~1990년대 교육개혁 차원에서 대거 설립된 한국의 전문대들은 90% 이상이 사립이다.

게다가 한국의 전문대는 4년제 대학 편입학점 이수과정과 편입을 적극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드물다. 교육법상 2년제 대학 이상을 졸업하면 4년제 대학 편입 자격이 주어지나 유명무실하다. 그나마 전문대의 기술 전공학생들은 졸업 후 직장을 구하기가 수월하지만 어학, 인문학 전공자들은 취업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전문대에서 미국 커뮤니티 칼리지의 징검다리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까닭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이상하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린 맥베이 부총장의 말은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4년제 대학에서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한 학생들에게조차 편견을 갖는 한국 사회의 배타적인 학벌 중심주의를 그가 꼬집지 않아 다행스러웠다.

애넌데일=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