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멘토 '씨드스쿨' 학교폭력 몰아내
경기도 고양시 화전동의 덕양중학교는 불과 3~4년 전만 해도 문제 학생이 많았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이 학교에 배정되면 위장전입을 해서라도 전학을 보내기 일쑤였다. 학교에서 폭력이 난무하는 등 교육환경 역시 열악했다.

대학생 멘토 '씨드스쿨' 학교폭력 몰아내
그러나 평교사 출신 김삼진 교장(57)이 2008년 교장공모제로 부임한 뒤 변화를 시도했다. 때마침 소외학생들을 돕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대한민국교육봉사단’과 의기투합해 ‘씨드스쿨(Seed School)’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씨드스쿨’은 일대일 맨토를 통해 교육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청소년들이 정체성을 찾고 스스로의 재능을 발견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봉사 운동이다.

대학생 등 멘토들은 한 명씩 20명의 덕양중 학생을 돌보기 시작했다. 주 1회 공식활동 외에도 학생들과 수시로 연락하며 함께했다. 친구 권유로 1년간 이 프로그램에 참가해온 김건 씨(21·홍익대 2학년)는 “문제 학생은 대개 타인에 대한 불신과 경계심이 강했다”며 “애정을 갖고 끊임없이 대화하자 학생들의 폭력성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았던 문제 학생은 멘토의 애정어린 관심과 소통을 통해 ‘정상 학생’으로 바뀌었다. 씨드스쿨 멘토로 1년간 일했던 취업준비생 이채원 씨(25)는 “처음에는 과제시간에도 혼자 서성거리며 말을 듣지 않던 남학생이 1년 뒤 졸업 때는 펑펑 우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며 “1년 만에 아이들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기는 어렵겠지만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주기 위해 노력하면서 스스로 배운 것도 많다”고 봉사활동을 평가했다.

씨드스쿨 덕분에 작년 한 해 동안 덕양중에서는 교내심의가 이뤄질 만큼 심각한 학교폭력 사건이 한 건도 없었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를 보면 전국 중학교의 연간 평균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2.26건이었다. 가장 많은 대구지역은 5.42건에 달했다.

학업 위주의 통상적인 멘토 활동과 달리 학생들 스스로의 정체성을 발견하도록 하는데 주력했지만 씨드스쿨 프로그램 참가 학생들은 학업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덕양중 안선주 양(14)은 “공부에 재주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수학선생님이 되기로 장래 희망을 정했다”며 “멘토들의 조언 덕분에 학업에 열중하게 됐고 성적도 많이 올랐다”고 자랑했다.

씨드스쿨을 운영하는 대한민국교육봉사단은 경제력에 따른 교육 불평등 문제 해소에 힘을 보태자는 취지에서 한국리더십학교,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경영연구원, 좋은교사운동, 한빛누리재단, 교육복지연구소가 2009년 공동으로 설립했다.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가 이사장을 맡았고, 김 교장도 함께하고 있다.

교육봉사단은 덕양중에서의 경험을 살려 대상 중학교를 늘려가고 있다. 경기도 용인 모현중, 성남 창곡여중, 광주광역시의 치평중에서도 최근 씨드스쿨을 시작했다. 앞으로 소외지역과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중학교뿐 아니라 공부방, 교회 등 지역공동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 이사장은 “우리 세대 대부분이 그랬듯 가난을 숙명으로 알고 지내던 시절 훌륭한 선생님 덕에 인생의 꿈을 그려볼 수 있었다”며 “어린 시절 주변의 조언과 보살핌에 의해 사람의 인생이 바뀌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사업을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