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 콩코르디아호 한국인 승객 귀국

지난 13일 좌초된 이탈리아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에서 구조돼 19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한국인 승객 19명은 대체로 건강해 보였으나 사고 당시를 회상할 때는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표정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옷가지와 짐 등을 잃어버려 대사관 측이 제공한 트레이닝복과 패딩점퍼를 입고 있었으며, 짐도 소형 캐리어 1개 정도씩밖에 들고 있지 않았다.

9살, 11살, 14살 아들과 부인 등 가족과 친척 7명이 함께 여행을 떠났던 송문희(46)씨는 "자다가 갑자기 대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서 아이들은 내복 바람 그대로 대피했다"며 "안내도 전혀 되지 않아 승객들이 우왕좌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구명정이 내려오다가 배 중간에 걸리기도 하는 등 승무원들이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송씨의 부인도 "사고에 대비한 안전교육이나 훈련은 전혀 없었고 구명조끼도 제때 지급되지 않아 주워 입어야 했다"며 "유람선 선장이 먼저 탈출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는 '그때 정말 죽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아들 성경(14)군은 "처음에는 실제 상황인 줄도 몰랐다.

어떤 사람들은 정전이 된 줄로만 알고 있었다"며 "구명보트를 타고 근처 섬에 도착해서야 상황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언니 미혜(21)씨와 함께 배에 탔던 백지혜(20)씨는 "당시 대부분 사람들이 문을 열지 못해 크게 당황했다"며 "우리는 운이 좋아서 어쩌다 문이 열렸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미혜씨는 "대사관 분들이 많이 도움을 주셨다"며 "옷도 짐도 없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구호품과 옷가지 등을 보내주셨다"고 고마워했다.

또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실 텐데 빨리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배에서 마지막으로 구조돼 화제를 모았던 신혼부부 중 남편인 한기석(29)씨는 "처음에는 많이 겁먹었는데 지금은 안정된 상태"라며 "잘 살겠다.

고맙다"고 말했다.

부인 정혜진(29)씨는 "쉬면서 마음을 잘 추스리고 앞으로 성실하게 학교 생활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공항 입구에서 기다리던 가족과 부둥켜안고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함께 차를 타고 공항을 떠났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jo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