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과반넘는 제2노조 탄생

신 노조위원장 “투쟁보다는 노조원 실익에 더 중점”

한진중공업에 온건·실리를 표방하는 제2의 노조가 탄생, 과반수를 뛰어넘는 조합원을 확보했다. 상공계와 노동계는 부산의 대표적인 민주노총 계열 사업장인 한진중공업의 이같은 갑작스런 변화가 노사 갈등의 새로운 불씨로 작용하지 않을 까 걱정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존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와는 별도로 설립된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은 19일 “조합원 43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 전체 조합원(703명)의 과반수 이상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새 노조 측은 “노조 가입원서를 받으면서 기존 금속노조 산하 노조에서 탈퇴한다는 문서를 함께 받았다”며 “탈퇴서를 모아 한꺼번에 기존 노조에 내용증명으로 보내 기존 노조에서 접수하면 곧바로 탈퇴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김상욱 새 노조 위원장은 “후발노조인데다 휴업자도 많고 휴일도 끼어 있었는데 출범 6일만에 가입자 수가 과반을 이뤄낸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며 노동계에서도 파격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속노조 산하인 기존 노조가 투쟁만능주의로 일관한 것에 대해 염증을 느낀 조합원들이 실익을 챙길 수 있고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새 노조에 큰 힘을 실어줬다”며 “투쟁 일변도의 현 집행부 정책에서 벗어나 회사와 상생 협력하는 실용적인 노조를 만들어 대화로 조합원의 실익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새 노조는 온건성향의 실리주의 노동운동을 표방하며 지난 13일 설립됐다. 한진중공업에 복수노조가 생긴 것은 1963년 전국해상노동조합 대한조선공사지부로 노동조합이 처음 설립된 후 50년 만의 일이다.

새 노조는 출범선언문에서 투쟁보다는 사측과의 대화로 조합원 실익 추구, 휴업사태 조기 극복, 조합원 고용ㆍ생활안정 확보 등을 내세웠다. 김 위원장은 “과반수 조합원을 확보함에 따라 임단협 등 사측과의 협상에서 교섭권을 얻은 셈이 됐다”며 “상생 협력을 기본으로 무너진 회사를 일으켜세우고 어려워진 조합원들의 생계를 직접 챙기는 노조가 되겠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번 변화는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한진중공업 조업 중단 사태에 대한 조합원들의 경제적 압박이 주된 원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10년 12월 회사의 정리해고 방침에 반대해 총파업을 선언했던 한진중공업 노조는 지난해 11월 정리해고자 94명의 1년 후 재고용 등에 대해 회사와 합의했다. 하지만 ‘무노동 무임금’ 결정과 함께 2009~2011년 임·단협 타결이 늦어지면서 조합원들은 심각한 경제난을 호소해 왔다. 파업 대신 회사의 교육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평균 190만원가량의 임금을 받았지만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파업기간 임금을 받지 못했다.

한편 기존 노조인 한진중공업지회 관계자는 “대부분 조합원이 유급휴직 중이며 양 노조에 동시가입한 조합원들이 다수 있어 과반수가 가입했는지 여부는 정확히 검토해봐야 한다”면서 “파업 여파를 파업 참가자들에게 떠넘긴 사측에 의해 노조 기피 현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회사가 정상화가 되면 민노총 지지세가 원상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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