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복지다] 규제 피해 설립한 차움, 茶 치료사 등 일자리 300개 창출
의료사업 경쟁력
고용효과, 제조업의 3배
병원만으론 영리추구 못해…계열사 동원 '편법' 불가피
변화 못따라가는 제도
고부가 일자리 확대위해 외국인 학교 등 규제완화 필요
◆매출 대비 고용창출 효과 커
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300여명이다. 이 가운데 의사는 45명이다. 나머지 직종을 살펴보면 뇌기능을 체크하는 뉴로피드백(neuro feedback) 기사, 차(茶)를 활용한 한방요법을 제공하는 티테라피(tea therapy) 매니저, VIP 안내를 담당하는 컨시어지, 운동치료사, 해외마케터 등 78가지에 이른다.
이 병원의 지난해 매출은 약 200억여원이다. 10억원당 고용 인원이 15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매출 10억원당 직원 수가 0.67명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고용창출 효과가 매우 크다. 병원이 사용하는 각종 의약품 의료기기 식자재 공급업체의 고용 유발 효과까지 감안하면 일자리 기여도는 더 커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보건의료 부문의 취업계수(10억원 생산에 직접 필요한 취업자 수)는 10.4명으로 제조업(3.0명)의 3배 이상(2009년 기준)이었다. 10억원 생산에 따른 간접적인 고용 효과까지 합친 취업유발계수는 보건의료 부문이 16명으로 제조업(9.4)의 약 2배다.
◆규제에 발목잡힌 일자리 창출
임규성 차움 원장은 “피터 폰다, 시나 이스턴, 크리스틴 데이비스 등 할리우드 스타와 미국 최고 프로 미식축구 선수인 터렐 오웬스, 중국의 6대 부호인 엄빈 화빈그룹 회장 등 유명 인사들이 잇따라 이곳을 다녀갔다”고 말했다. 국내 수요뿐만 아니라 해외에서까지 고객을 끌어온다는 것이다.
류근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환자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원스톱으로 건강검진을 제공해주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며 “이 같은 의료 경쟁력을 잘 활용하면 엄청난 규모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국내 유수의 병원들이 ‘차움’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기 어렵다. 현행법상 ‘의료법인’은 영리 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의료원 서울아산병원 차병원 등 대형병원들은 모두 비영리 재단이 소유하고 있다. 이들 재단은 수익을 추구할 수 없어 ‘치료 이외의 영리 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차움은 성광의료재단(차병원)과 차병원그룹 계열 바이오회사인 차바이오디오스텍이 공동으로 설립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해 나갔다. 차바이오디오스텍은 코스닥 시장에 등록돼 있는 주식회사다. 검진 및 치료는 차병원이, 운동이나 음식요법 등 각종 서비스는 차바이오디오스텍이 맡는 식이다. 임 원장은 “실제 환자 입장에서야 이런 구분이 전혀 무의미하지만 법적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영리병원·외국인학교 등 늘려야
교육 분야에서는 외국인학교 또는 국제학교의 까다로운 입학자격 제한과 높은 경쟁률이 걸림돌이다. 국내에 있는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려면 예컨대 3년 이상 해외거주 요건 등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런 기준을 통과하더라도 마음에 드는 학교에 들어가려면 경쟁이 치열하다. 많은 학생들이 해외 조기유학을 떠나는 이유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교육 수요를 붙잡아야 좋은 일자리가 국내에 더 많이 생긴다. 하지만 값비싼 등록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외국인학교나 자율형사립고 특수목적고 등은 ‘귀족학교’ 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액연봉을 받는 교사 일자리를 늘리려면 비싼 등록금을 받는 학교가 많아져야 하는데도 상대적인 박탈감 때문에 외국인학교 등을 허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시장의 수요를 제대로 흡수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가치와 사회의 형평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가치가 충돌하면서 의료 교육 등 서비스 분야에서 좋은 일자리가 생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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