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게 유서 남겨 "억울하다. 수사 잘 해달라"
합수단 수사 이후 저축은행 관계자로는 세 번째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받던 김학헌(57) 에이스저축은행 회장이 12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과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권익환 부장검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0분께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 11층 객실 침대 옆에서 김 회장이 쪼그려 앉은 채 숨져 있는 것을 호텔을 방문한 친척 손모씨가 발견했다.

김 회장은 그간 여러 차례 검찰 소환 통보를 받았지만 계속 연기를 요청하다 이날 오전 서초동 서울검찰청사에 출석할 예정이었다.

친척 손씨는 이날 오전 김 회장을 검찰청사에 데려다 주기 위해 호텔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방배경찰서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고 "김 회장이 천장 화재감지기에 목을 매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객실과 김 회장 친척의 개인 사무실 책상에서는 그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A4용지 6매와 7매 분량의 자필 유서가 각각 발견됐다.

객실에서 나온 유서는 검찰에게 쓴 것으로 '억울하다.

수사를 잘 해달라'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으며 친척 사무실에서는 가족에게 남긴 유서가 발견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가족 앞으로 쓴 유서에서 김 회장은 재산정리 문제를 언급하고 "바보같은 결정을 해 미안하다"는 취지의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앞서 지난 9일 오후 가명으로 이 호텔에 체크인해 투숙해왔으며, 사망 전날 자택을 방문해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회장의 시신에는 흉기를 사용해 자해한 흔적이 있었으며 현장에서는 거의 다 비워진 상태의 양주병도 발견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김 회장이 술을 마신 상태에서 자해한뒤 뒤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이번 저축은행 비리 수사로 은행 관계자가 자살한 것은 작년 9월 투신한 제일2상호저축은행 정구행(50) 행장, 작년 11월 목을 매 숨진 토마토2저축은행 차모(50) 상무에 이어 세 번째다.

합수단 관계자는 "작년 연말과 올 초 세 번에 걸쳐 소환 통보를 했는데 집안 사정으로 연기를 요청해서 오늘 나오기로 한 것"이라며 "검찰 소환을 앞두고 부담이 됐을 것 같은데, 유족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고양종합터미널 건설사업과 관련해 시행사에 약 6천900억원을 불법대출해 준 혐의(상호저축은행법 위반)를 받고 있었으며, 변호인을 통해 "부실대출 사실을 정확히 몰랐다"는 취지의 소명서를 제출한 상태였다.

앞서 합수단은 작년 11월 에이스저축은행 윤영규(62) 행장과 최모(52) 전무를 불법대출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김효정 기자 honeybee@yna.co.kr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