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인재 없어 자리 비워놔" 44%…취업준비생 '기술 미달' 10명 중 4명
[일자리가 복지다] 재교육에 날새는 대기업…"신입사원 기본 익히는데 1~2년"

A은행 행원 김준식 씨(31)는 입사 3년차였던 지난해 말 ‘은행원이 됐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입사 첫해는 입출금 등 단순업무, 2년차에는 여신 외환 등 기본 실무만 익혔다. 3년차가 돼서야 각종 금융상품의 미묘한 차이도 감이 잡히고 기업 대출에 대한 판단 기준도 생겨 겨우 한 사람 몫을 하게 됐다.

B그룹 전자계열사 인사팀에 근무하는 이정훈 과장(37)은 매년 3월만 되면 골치가 아프다.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부서 배치 때문이다. 영어실력과 학점은 수준급이지만 실무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신입사원이 태반이다.

명문대를 나왔더라도 기본적인 컴퓨터 활용 능력이나 재무관리, 회계 등 기초지식을 갖추지 못한 신입사원도 많다. 이 과장은 “몇 년간 가르쳐 ‘사람 구실’하게 만들어 놨더니 ‘적성에 안 맞는다’며 떠나는 후배들도 많다”며 “손실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직무능력 갖춘 인재가 드물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와 대학이 배출하는 인재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이 매우 크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교육 비용 부담’으로, 취업자에게는 ‘직장 부적응’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상반기 국내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3만1761개사를 조사한 결과 57만7000명의 채용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실제 채용 인원은 46만3000명에 그쳤다. 일자리 11만4000개가 날아간 것이다.

이 가운데에는 △근로 조건이 구직자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22.5%)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17.2%)인 경우가 많았다. 취업 희망자들이 기피하는 중소기업이나 3D(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업종이라는 이유다. 하지만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학력이나 자격을 갖춘 인재를 찾지 못했거나(14.1%) 취업 지원자의 경력이 모자라(13.5%) 일자리를 주지 못한 ‘숙련의 미스매치(27.6%)’도 많았다.

이런 경향은 고학력 전문직종에서 두드러졌다. 주인을 찾지 못한 고학력 일자리(전문대 이상 4만1000개, 4년제 이상 2만1000개)에서 취업 지원자의 학력·자격 미달은 21.3%, 경력 미달은 20.3%로 절반에 가까운 수치(41.6%)를 보였다. 취업 희망자들이 기피하는 중소기업이나 3D업종 비율(31.6%)보다 훨씬 높았다.

300인 이상 중견·대기업들은 취업 희망자의 학력이나 경력이 모자라 채용하지 못했다는 응답 비율이 44.1%에 달했다. 김형만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문기술이나 자격을 요구하는 좋은 직장이나 대기업일수록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해 일자리를 비워두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며 “청년실업을 줄이려면 대졸자들의 숙련도를 높이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재교육 부담에 채용 꺼려

자격 요건을 갖춘 구직자를 채용하더라도 ‘숙련의 미스매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대·중견·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졸 신입사원의 업무역량에 대한 기업의견’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대졸 신입사원에게 바라는 기대치를 100으로 봤을 때 이들의 업무역량은 67.3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인성역량은 68.8점으로 다소 높았지만 전문지식·기술 이해 등 전문직무역량이 64.6점으로 낙제를 간신히 면하는 수준이었다.

기업들이 신입직원을 재교육하는 데 들어간 기간은 평균 38.9일, 1인당 비용은 217만4000원에 달했다. 특히 대기업들은 재교육 기간으로 56.1일, 재교육 비용으로 406만6000원을 썼다.

신입사원이 기본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상당하다. ‘6개월~1년’이라는 응답이 32.0%로 가장 많았고 ‘1~2년’은 24.8%, ‘2년 초과’는 5.8%였다. 6개월 넘게 걸린다는 기업이 전체의 62.6%에 달한 것이다.

박종남 대한상의 상무는 “재교육 비용은 기업에 큰 부담일 뿐 아니라 청년 취업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현장중심 교육이 절실하다”며 “기업과 대학, 정부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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