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때문에…과천·광화문 식당 '개점휴업'
“이런 초비상시국에 송년회 잘못했다간 큰일나죠…. 공무원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습니다.”(A부처 관계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공무원들에게 말그대로 ‘비상’이 걸렸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9일 김 위원장 사망이 알려진 직후 전 공무원에게 비상근무태세를 발령했다. 각 부처들은 예정됐던 송년회 등 연말 일정부터 즉각 취소하고 있다. 연말 ‘회식 특수’를 기대했던 과천, 서울 광화문 등 정부청사 인근 상권엔 비상이 걸렸다.

◆긴장하는 공무원들

김 위원장 사망소식이 알려진 19일 밤 서울지하철 4호선 과천정부청사역 인근 식당엔 손님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매년 이맘때엔 연말 송년회 모임 등으로 저녁 손님들이 몰릴 시기지만 이날부터 공무원들이 비상근무에 들어가면서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과천청사 인근 한 음식점 주인은 “김정일 사망소식이 전해지면서 저녁 예약이 전부 취소됐다”고 말했다.

행안부가 발령한 ‘비상근무 제4호’에 따라 모든 공무원은 부득이한 사정을 제외하면 휴가를 억제하고 비상근무에 임해야 한다. 각 부처 과별로 최소 1명씩은 24시간 사무실에서 비상근무를 한다. B부처 관계자는 “비상근무다 보니 청사 밖에서 저녁을 먹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며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구내식당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연말 휴가를 손꼽아 기다리던 공무원들은 울상이다. C부처 사무관은 “얼마 전 업무보고를 끝내고 가족과 연말 휴가 일정을 잡아놨었다”며 “휴가를 취소하라는 지침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 와중에 휴가는 무리일 것 같다”고 털어놨다.

뿐만 아니라 부처별로 예정됐던 연말 일정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20일 법무부, 법제처의 신년 업무보고가 취소된 데 이어 21일 예정됐던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보고도 취소됐다. 오는 23일 열리는 여성가족부 업무보고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말 특수 사라진 상권

부서별 송년회 취소도 이어지고 있다. D부처 관계자는 “송년회를 취소하라는 지침은 아직까지 없었다”면서도 “공무원들이 알아서 몸을 조심하는 게 도리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바람에 과천, 서울 광화문 등 정부청사 인근 상권엔 빨간불이 켜졌다. 이맘때가 연말 대목을 누려야 할 시기지만 오히려 매출 감소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는 게 인근 식당 주인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인근의 E한정식은 청사 공무원들이 저녁 때 자주 찾는 곳이지만 19일부터 발길이 뚝 끊겼다. 이 음식점 주인은 “원래 이맘때엔 자리가 없어야 정상인데 점심 때 고작 두 팀을 받았다”며 “우리는 공무원들이 주 고객인데 걱정이 태산”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시청역 인근에 위치해 서울시청 간부 공무원들이 자주 찾는 H한정식에도 저녁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이다.

과천 상가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인은 “올여름 국토해양부 연찬회 파동으로 공무원들의 발길이 끊겼다가 연말이 되면서 겨우 회복될 때 이런 일이 터졌다”며 “올해 장사는 아무래도 물건너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식당 주인은 “지난해 말에도 연평도 포격 사건에 터지면서 매출이 약간 떨어졌는데 이번엔 김정일 사망으로 매출이 반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경민/이현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