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디자인' 엔 훈련이 필요하다
“삶을 헛되이 보내지 마라. 재미있게 보내라. 시간이 날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배워라.”

세계 3대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카림 라시드가 2006년에 펴낸 《당신의 인생을 디자인하라(Disign yourself)》에서 강조한 말이다. 국내 현대카드 LG전자 파리바게뜨 등과 협업하면서 평범한 물건에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입힌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가 디자인한 쓰레기통인 ‘가르비노’는 꽃병 우산꽂이 가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며 전 세계적으로 900만개가 팔렸다.

그가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영역은 제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생활, 사랑, 일, 휴식 등 인생도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이 라시드의 지론이다.

◆‘인생’ 없는 인생

현재 자신의 삶과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서점가에 20대를 위한 조언집들이 즐비한 것은 한국 청년들의 현주소를 대변하는 듯하다.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인생을 설계한다는 것은 곧 자립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한다는 건데, 요즘 젊은이들에겐 그런 자세가 부족해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마냥 청년들 탓만 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초·중·고교를 막론하고 대학 입시만을 향해 달려가면서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있다는 얘기다. ‘인생설계와 진로’를 강의하는 이의용 대전대 교양학부 교수는 “중등교육의 목표는 진로개발, 의사소통, 인성교육 등 사회생활의 기본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며 “학창시절 이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대학에 와서 가야 할 길을 못 찾는 대학생들이 태반”이라고 전했다.

◆‘나’를 그려보라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신의 인생을 ‘셀프 디자인’하는 훈련을 해볼 것을 권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기 알기’다.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떨 때 행복한지 등 구체적이고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일이 필요하다. 방식은 다양하다. 일기나 자서전을 쓰거나 스스로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도 유용하다. 막연할 때에는 엠비티아이(MBTI), 애니어그램 등 다양한 적성검사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후에는 ‘나를 인정하기’란 단계를 거쳐야 한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정상이고 중립적이며 보통이라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게으른 나’ ‘성격이 급한 나’ ‘질투 많은 나’도 있게 마련이다. 부정적인 자신의 모습도 인정할 때 비로소 인생을 객관적으로 그려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 다음 단계는 ‘인생에서 할 일 찾기’다. 이때는 부모 교사 등 주변 사람이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일이 아닌,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야 한다. 목표로 한 일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인 실행 전략과 로드맵을 짜는 단계다. 마지막은 실천 단계인 ‘할 일 하기’다. 이 또한 도중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이지만 앞서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흔들림이 없어야 제대로 해나갈 수 있다. 이의용 교수는 “설계와 실행을 하면서 중요한 것은 성취감과 즐거움을 맛보는 일”이라며 “거창한 목표가 아닌 작은 목표를 세워 매일매일 조금씩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