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정권 실세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이국철(49) SLS그룹 회장이 구속됐다. 이에 따라 신 전 차관에게 제공한 뇌물의 대가성 입증이나 정권 실세 로비 의혹 등 남은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심재돈 부장검사)는 16일 이 회장을 뇌물 공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 이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김상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 회장은 서울구치소로 가기 전 서울검찰청사를 떠나면서 심경을 묻는 질문에 “흐르는 강물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금품 대가성에 대해선 “처음부터 그런 부분이 없었다”며 여전히 부인했고, 검찰이 추가한 혐의에는 “압수수색으로 자료를 다 가져가서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신 전 차관보다 자신을 먼저 구속한 점은 “아이러니하다. 돈 준 사람은 구속하고 받은 사람은 뒤에 있고. 그런 부분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구속되면 추가로 공개하겠다던 정관계 인사 비망록은 “그건 계속 진행될 것” 이라며 “이미 언론에 하나가 갔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에게 SLS그룹 싱가포르 법인카드 2장을 제공, 1억300여만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와 회사 자산상태를 속여 수출보험공사로부터 12억달러의 선수환급금을 부당하게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20일 구속영장 기각 이후 검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이 회장의 횡령액을 900억원에서 1100억원으로 늘렸고, 39억원 상당의 배임 혐의도 밝혀냈다.

이 회장이 채무 상환을 위한 강제집행을 피하고자 SP해양 자산인 120억원대 선박을 대영로직스에 허위 담보로 제공한 혐의도 추가했다. 대영로직스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9월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이 30억원과 자회사 소유권을 넘겼다’고 지목한 정권 실세의 측근 문모씨가 대표로 있는 렌터카 업체다.

검찰은 잠적했다가 이날 오후 검찰청사에 나온 문씨를 체포해 이 회장의 강제집행 면탈 행위에 가담한 의혹 등을 추궁했다. 아울러 검찰은 지난달 28일 신 전 차관의 자택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PC에서 SLS조선 직원이 작성한 회사 문건을 발견, 이를 신 전 차관에 대한 청탁 정황으로 보고 뇌물의 대가성 부분을 따질 전망이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중 신 전 차관도 다시 불러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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