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검찰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지난 3일 두번째로 소환되면서 여행용 가방을 들고 왔으면서도 정작 주요 증거자료를 내지 않았다.검찰 일각에서는 “블러핑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4일 이 회장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제공했다는 해외 법인카드의 사용내역과 관련해 “이 회장이 (소환조사에서) ‘구해보겠다’며 전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또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이) 여러 기록물을 가지고 나왔지만 대부분 SLS의 워크아웃 자료일 뿐 뇌물의혹 부분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1일 신 전 차관 재직 시기인 2008년6월부터 2009년9월까지 1억여원을 사용한 것으로 돼 있는 카드 사용내역을 공개하며 “신 전 차관에게 준 카드”라고 주장했다.여기에는 사용일자와 금액,장소만 나와 있다.신 전 차관이 서명했는지 여부와 구체적인 사용시간을 확인하려면 전표가 있어야 한다.이 회장은 “은행에 전표 확보가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해보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카드는 싱가포르 현지 은행에서 만들어졌으며 이 회장 개인 명의로 돼 있다.

검찰은 지난주에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일본에 출장 간 2009년5월 SLS그룹 현지법인 간부와의 술자리에 동석했다는 한진인터내셔널재팬 일본법인장 강모씨를 소환조사했다.이 회장은 당시 박 전 차관에게 400만~500만원의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박 전 차관은 “강씨가 술값을 계산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신속히 하려고 하는데 뜻대로 될지 모르겠다”며 “의혹이 증폭돼 빨리 끝내는 게 좋을텐데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검찰은 지난 3일 오전 10시에 이 회장을 소환해 다음날 새벽 3시까지 17시간 동안 조사했다.이 회장은 검찰 청사를 나서면서 “충분히 소명을 다했다”며 “검찰도 상당히 적극적이고 나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검찰은 이르면 이번주내로 이 회장을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