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승진에 도움, 증거 없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58)이 '그림 로비'와 '불법 자문료'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부장판사 이원범)는 16일 인사 청탁을 위해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그림 '학동마을'을 뇌물로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 전 청장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당시 국세청의 인사 관행이나 상황을 고려하면 한 전 청장이 승진에 도움을 받거나 포괄적인 도움을 얻기 위해 전 전 청장에게 그림을 선물해야 할 동기를 갖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 전 청장이 한 전 청장의 인사를 위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도 힘들고 (학동마을을 뇌물로 받을 만큼) 전 전 청장이 미술 애호가였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주정업체 3사 등에서 수억원대 고문료를 받아챙긴 혐의에 대해서도 "관련자들이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고,굳이 피고인을 거치지 않아도 다양한 방법을 통한 계약이 가능한 만큼 한 전 청장의 공모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한 전 청장은 국세청 차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5월께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로부터 구입한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감정가 1200만원)'을 부인 김모씨(58)를 통해 전군표 당시 청장의 부인 이모씨(52)에게 인사 청탁 명목으로 건넨 혐의로 올해 4월 불구속 기소됐다.

한 전 청장은 또 퇴임 직후인 2009년 3월부터 2년가량 미국에 머물면서 주정업체 3사와 자문계약을 체결한 뒤 국세청 전직 소비세과장 K씨를 통해 자문료와 세무조사 무마 대가 등 명목으로 69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도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2일 결심공판에서 "수집한 증거와 조사 내용이 유죄를 입증하기에 충분하다"며 한 전 청장에게 징역 4년 및 벌금 1억3800만원,추징금 6900만원을 구형했다. 선고가 끝난 후 한 전 청장은 "여전히 부끄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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