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에서 빠져나간 고객정보 80만건은 삼성카드 총 회원의 10%에 이르는 규모다. 삼성카드는 당초 이 같은 대규모 정보 유출 사실을 지난달 25일 알았지만 12일이 지난 이달 6일에서야 고객들에게 알려 늑장 대응했다는 지적이다. 고객정보가 불법 대부업체 등으로 이미 팔려 나갔을 가능성도 있어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금감원도 특별검사

남대문경찰서는 8일 삼성카드 고객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이날 오후 2시께 삼성카드로부터 80만건의 고객정보가 빠져나갔다고 자술한 내부 직원 박모씨(34)의 사실확인서를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자술서 확인 결과 △주민등록번호 앞 두 자리 △고객명 △직장명 △휴대폰 번호 및 유선 전화번호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앞서 이날 태평로 본사 및 내부 직원 박씨의 강서구 소재 자택을 각각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박씨의 노트북 1대를 확보하고 유출 규모 등을 분석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계좌 추적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도 특별검사에 나섰다. 금감원은 이날 삼성카드에 검사역을 파견하고 박씨가 해당 정보에 접근할 권한이 있는 직원인지,권한이 없다면 삼성카드의 정보 관리에 허점이 있는 게 아닌지 등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카드가 이 사건을 미리 인지하고도 은폐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등 사후 처리 절차가 투명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강도 높은 검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늑장 대응에 피해 커질 듯

삼성카드 고객정보 80만건 이상 유출 파장
삼성카드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터진 것은 지난달 25일이었다. 회사는 박씨가 회원 정보를 유출한 사실을 이날 확인했고 박씨로부터 자술서를 받았다. 회사 측은 나흘 뒤인 29일 금감원에 신고하고 30일엔 남대문경찰서에 해당 직원을 고소했다. 삼성카드가 고객정보 유출 사실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것은 이달 6일이다. 사실을 확인한 지 12일 지나서다.

하지만 6일에도 유출 규모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했다. 삼성카드는 8일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고서야 유출된 정보가 80만건이라고 공개했다. 경찰은 앞서 박씨가 1만8000여명의 고객정보를 업무용 노트북에 저장한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를 진행해 왔으나 유출 규모가 당초보다 수십 배에 달하는 것을 이날에서야 확인했다.

삼성카드에서는 이번 사건에 앞서 지난 4월 이 회사 직원이 '65억원 상품권 깡' 사고를 내 내부관리 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에서 175만건의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해 지난 6월 말 보안 강화 대책을 내놓은 지 석 달도 안 돼 삼성카드에서 또다시 사고가 터져 당혹스럽다"며 "보안 사고 때 위반 직원이나 회사뿐 아니라 경영진에 대해서도 엄중 문책하기로 한 만큼 관련 사항을 꼼꼼히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김일규/김우섭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