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에코노미쿠스 별에서 온 우주인 존스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지구인들은 손해가 빤히 보이는 상황에서도 주식을 팔지 못하고,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홈쇼핑 쇼호스트들의 말 한마디에 넘어가 주문전화를 건다. 그뿐이랴.결혼식 뷔페만 갔다 하면 과식을 하고는 소화제를 찾고,불어난 몸무게를 줄이겠노라며 다이어트를 선언하고는 허구한 날 "오늘까지는 먹고 내일부터"다. 대체 왜 저런 행동들을 하는 걸까.

《불합리한 지구인》은 지구인,즉 사람들이 생각하는 논리와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는 행동경제학에 관한 이야기다. 행동경제학이란 인간의 실제 심리와 행동에 대한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경제를 이해하는 학문.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그 결과는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먼저 '도박사의 오류'로 불리는 인간의 비합리적인 사고방식 하나. A와 B가 동전의 앞뒤 맞히기 게임을 하고 있는데 A가 연달아 일곱 번을 이겼다. '그렇다면 여덟 번째 게임은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B가 이길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것이 바로 도박사의 오류다. 확률은 언제나 2분의 1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 행동은 다르게 한다는 것이다. 하루종일 슬롯머신에 앉아있으면서 이제껏 안 됐으니 곧 잭팟이 터질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딸 셋을 낳고는 이번엔 아들일 거라 믿는 것과 다르지 않다.

홈쇼핑과 대형마트 마케팅의 비밀도 흥미롭다. '2개 사면 50% 증량'이라는 말 대신 '2개 사면 1개 공짜'라는 스티커를 붙여놓고, 홈쇼핑에선 단품 판매 대신 세트 단위로 상품을 구성한다. 이른바 소비자의 '민감도 체감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하나 더!"라는 말로 구매심리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지만 연애의 기술에 대한 조언도 있다. 맘에 드는 여성을 유혹하는 장소로 '다리 위'만한 곳이 없다고 추천한다. 불안정하게 느끼는 장소에 서 있으면 긴장감을 느끼게 마련인데,이 틈을 타 고백을 하면 상대로 하여금 심장을 더 두근거리게 하고 이는 곧바로 뇌의 실수를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맥주 첫 잔이 가장 맛있는 까닭,내가 선 계산대의 줄이 가장 늦게 줄어드는 이유 등 비합리적인 사고에 관한 이야깃거리들이 많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