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MBA들이 '해외 MBA를 대체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본래 목적을 이루려면 교수 연봉과 정원에 대한 규제를 풀어 자율성을 높여야 합니다. "

이병태 KAIST 경영전문대학원(MBA) 학장(사진)은 "우리보다 경쟁력이 뛰어난 홍콩 UST비즈니스스쿨이나 싱가포르국립대 MBA는 5억원 이상의 연봉을 주기 때문에 좋은 교수들을 데려올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KAIST MBA는 올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세계 MBA 랭킹에서 99위를 차지하며 국내 MBA로는 처음으로 100위권에 진입했다. 기업의 예비 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EMBA 과정은 29위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UST비즈니스스쿨은 6위,싱가포르국립대 MBA는 23위로 KAIST MBA보다 순위가 크게 앞선다.

이 학장은 "국내 MBA들에 대해 비싼 등록금만큼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 것은 좋은 교수가 좋은 학생을 배출하고 좋은 학생이 학교 가치를 높여 더 좋은 교수를 찾아오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잡혀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가 MBA마다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도록 연봉과 커리큘럼 등에 대한 규제만 풀어줘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MBA는 일반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정원 제한을 받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2006~2007년 13개 '한국형 MBA'를 한꺼번에 허가해주는 과정에서 필수 과정 요건을 너무 많이 도입했다는 것이 이 학장의 지적이다. 교수 연봉도 구체적인 기준은 없지만 일일이 교육과학기술부에 신고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형평성'을 맞추라는 압박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학장은 "자율화를 통해 해외 석학들을 교수로 데려오지 않는 이상 진정한 글로벌 MBA로 발돋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 학장은 수요가 많은 풀타임 MBA부터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과정 보강은 물론 강의 외 경력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제대로 된 경력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대부분 MBA들의 강의가 생산 마케팅 유통 등 전통적인 기업 모델에만 맞춰져 있는 것도 문제"라며 "구글이나 애플 같은 새로운 유형의 기업들에 맞는 교육 과정을 개발하는 것이 모든 MBA들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