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돈 주고 '진보 단일화'해 당선됐나
검찰이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선거 당시 불법 금품제공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 수사 결과 후보 단일화를 조건으로 금품이 오간 사실이 확인될 경우 곽 교육감이 사퇴에 직면하고,오세훈 서울시장 사퇴로 형성된 보수 및 진보진영 간 대결국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곽 교육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날 체포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와 그의 동생에게 1억3000만여원의 금품을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박 교수는 지난해 6 · 2 지방선거를 한 달가량 앞둔 5월19일 "대승적 차원에서 용퇴를 결정했다"며 곽 교육감을 진보진영 단일 후보로 추대했다.

박 교수는 "모든 학생을 탈출구 없는 경쟁의 틀에 집어넣어 한 줄로 세우는 구습을 종식시키고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통로가 아니라 이를 끊는 희망학교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당시 3명이 입후보한 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 경선에 불참하고 마지막까지 독자 후보로 버티다 선거를 2주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곽 교육감으로의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다.

곽 교육감은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에 힘입어 34.34%를 득표해 보수성향의 이원희 후보(58)를 1.12%포인트 앞서며 당선됐다. 5만표도 안 되는 근소한 차이의 승리였다. 선거결과를 두고 일찌감치 단일화에 성공한 진보진영이 곽 후보로 표를 결집시킨 반면 보수 · 중도 측에서는 6명의 후보가 난립하면서 표가 분산된 게 보수의 패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검찰은 곽 교육감 측으로부터 박 교수의 동생을 통해 금품이 전달된 것으로 보고 증거물 확보 차원에서 이날 오전 박 교수 형제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공직선거법에서는 후보자가 되지 않게 하거나 후보자가 된 것을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금품 등을 주고받은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신 서울시교육청 공보관은 "지난 선거과정에서 후보 단일화가 된 것이 캠프 대 캠프로 된 것이 아니라 진보진영에서 단일화되면서 중재가 된 것이며,(돈이 오간) 그런 일이 없었고, 있을 수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조 공보관은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끝나자마자 이런 것을 흘리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검찰이 어떤 혐의를 교육감에게 두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단일화 과정에서 결코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무상급식뿐만 아니라 추진해 온 체벌금지,혁신학교(교육 취약지역 학교에 최대 연간 2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하는 제도)도 난관에 부딪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선 이후 초 · 중 · 고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해온 곽 교육감은 소득하위 50% 학생에 대한 단계적 무상급식을 주장한 오세훈 서울시장에 맞서 오 시장이 주도해 지난 24일 실시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투표율 미달로 무산시키는 데 성공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