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노래 가사에 ‘술’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고 해서 무조건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최근 여성가족부가 가사가 부적절하다거나 의상 노출이 과하다는 이유로 많은 노래에 청소년 유해판정을 내려 해당 가수의 활동에 제약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판결이 나온만큼 ‘술’‘담배’ 등 표현이 포함된 창작물에 대한 여성부의 심의기준에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안철상)는 25일 SM엔터테인먼트가 “‘SM 더 발라드’의 노래 가사에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될 만한 내용이 포함돼있지 않다”며 여성가족부를 상대로 낸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통보 및 고시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사실상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술이 청소년 유해물질로 정해져있기는 하나 소설 등 문학작품이나 드라마,영화 등 대중 문화예술에서 슬픈 감정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는 장면을 쉽게 접할 수 있고,청소년들이 가정이나 음식점 등에서 성인이 술을 마시는 모습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며 “가사에 ‘술’이라는 문구가 들어가있다고 해서 그것이 청소년들에게 술을 마시고 싶다는 강한 호기심을 유발해 음주를 조장한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중문화 예술에서 작가는 술 마시는 내용을 작품에 포함시켜 인간의 복잡한 내면의 감정을 드러내고,작품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며 “창작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이는 허용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M은 ‘SM 더 발라드’의 음반에 수록된 노래 가사 중 ‘술에 취해 널 그리지 않게’ 등의 부분이 청소년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며 여성가족부로부터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을 받자 이에 불복하며 올해 3월 소송을 냈다.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된 음반은 밤 10시 이전에 방송할 수 없고,‘19세 미만 판매금지’라는 스티커를 붙여 판매해야 한다.

최근 여가부의 연이은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통보’에 대해 가요계에서는 “뚜렷하거나 구체적 이유 없이 단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방송 부적합 판정을 결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애매모호한 심의 기준에 대해 불만을 표해왔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