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사가 사상 최대 규모의 임금 인상에 합의한 22일,기아차 주가는 3.07%(2300원) 오른 7만7300원에 마감했다. 인금 인상에 따른 대규모 현금 지출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상승했다. 기아차 노사의 임금 인상 합의안에 따르면 1인당 평균 2000만원 이상의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전체 직원이 3만20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6000억원 이상의 현금 지출이 발생한다는 게 증권업계의 추산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날 주가 상승과 관련,"대규모 현금 지출이라는 악재보다 강성 노조인 기아차 노조가 2년 연속 무파업으로 임금협상을 타결한 점을 시장이 더 높게 평가했다"고 분석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임금 인상을 뒷받침할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한 실적이 받쳐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실적이 강성 노조를 달랬다"고 평가했다.

◆경영진의 '통큰' 결정

임금협상 사측 대표인 이삼웅 기아차 사장은 본격 협상에 앞서 노조 측에 "밀고 당기기는 하지 않겠다. 회사가 줄 수 있는 최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1차안으로 기본급 8만5000원 인상,성과급 · 격려금 300%+600만원을 제시했다. 이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임금 인상폭(기본급 7만9000원,300%+500만원)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파격적인 1차 제시안을 받은 노조 측도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노사 양측 모두 자신의 카드를 숨긴 채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는 소모적이고 형식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노측도 사측의 진의를 높게 평가,교섭 16일 만에 전격 합의에 이르게 됐다. 과거처럼 쟁의행위 찬반투표 등을 되풀이하는 식으로 회사와 대립하지 않고,실질적인 협상에 집중함으로써 노사 간 신뢰를 키웠다.


◆실적이 강성 노조를 달랬다

기아차 노사가 2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을 타결하게 된 데는 무엇보다 '실적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기아차는 2008년 영업이익이 3085억원에 불과했지만 2009년 1조1445억원,지난해 1조6802억원으로 큰 폭으로 뛰어오르면서 매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올해도 최고치 경신을 예고하고 있다. 1분기에만 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연간 기준으로 3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 연구위원은 "기아차의 글로벌 재고가 평균 1.7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차가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조지아공장,중국 옌청공장 등 해외 공장은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완전 가동 중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올 들어 국내 3개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역대 최고치인 98.2%에 달하고 있다"며 "사상 최대 실적은 직원들이 그만큼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비용 구조 문제 없나

기아차의 과도한 임금 인상이 고비용 구조로 연결돼 향후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특히 대지진 여파로 휘청거렸던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업체들이 정상을 회복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적자를 봤던 GM도 흑자로 전환,공세를 강화하는 등 글로벌 업체 간 경쟁은 더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과도한 임금 인상이 자칫 고비용 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이번 인상안은 누적 부담을 주는 기본급 인상은 제한적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