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검사장급 참모진 전원이 29일 국회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 수정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하는 등 검찰의 내부 반발이 극에 달하고 있다.

검찰이 특정 사안과 관련해 조직적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검찰은 그동안 조직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린 몇 건의 사안에서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 검찰청별 회의, 고위간부 줄사표 등 집단행동을 불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른바 `검란(檢亂)'으로 불릴만한 사례들이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창한 검찰 개혁과 관련한 집단반발은 그 중 대표적인 사건이다.

DJ 정부 때 임명된 김각영 전 검찰총장은 총장의 임기를 존중하겠다는 노 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정권 교체 후에도 총장직을 유지했지만 2003년 3월 대통령과 평검사 간 대화에서 노 대통령이 검찰 수뇌부에 대해 노골적인 불신을 표명하자 곧바로 사표를 던졌다.

이어 검사장급 고위직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했으며 검찰총장보다 한참 후배인 강금실 변호사가 기수 서열을 깨고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자 반발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강 장관이 검찰조직에 던진 `서열파괴' 인사지침 역시 그동안 기수.서열 위주로 인사가 이뤄져 오던 검찰 조직을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서울중앙지검과 대검 검사들은 수차례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고 검찰총장은 검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파격인사 반대'의 뜻을 강 장관에게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의 줄사표 행진이 계속되는 등 반발이 한동안 수그러들지 않았다.

2005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의 형사소송법 개정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극심했다.

수사 최일선에 있는 평검사들까지 반발에 가세하며 파장이 커졌다.

사개추위는 당시 조서 중심 재판에서 벗어나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자는 취지의 형소법 개정을 논의해 피고인 신문제도 폐지, 피고인이 부인하는 조서의 증거능력 폐지, 녹음ㆍ녹화물의 증거능력 부정 등을 골자로 하는 형소법 개정초안을 마련했다.

검찰은 그러나 선진국 수준의 수사제도와 물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현실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인권을 우선할 경우 범죄 피해자의 인권이 침해당하고, 특히 부정부패나 성폭력, 조직폭력 등 뚜렷한 물증 없이 진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사건은 수사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같은 명분을 앞세운 집단행동의 근저에는 수사권 약화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평검사들의 집단 움직임이 커지자 청와대에서 징계를 예고하는 등 공식적인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2000년에는 정치권에서 16대 총선사범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 등을 문제 삼아 박순용 당시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서울중앙지검 각부 수.차석 검사들이 기수 모임 등을 통해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