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한국GM 등 국내 자동차업계가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으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단일 사업장인 현대차 노사는 타임오프 도입에 관해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 사측은 법에 따라 지난 4월1일부터 타임오프 적용을 받는 유급 전임자 24명의 명단을 제출하도록 노조에 요구했지만 노조측은 '노조 탄압'이라며 줄곧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현대차 임 · 단협에서 타임오프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측은 노조의 전임자 수 유지와 근로시간 면제 대상 확대 요구는 노조 간부들의 기득권 보호를 위한 억지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업무 시간에 버젓이 도박과 스크린 골프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인원이 부족해 노동 운동에 제약이 생긴다는 것은 정당성이 없을 뿐더러 왜곡된 주장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지난 6월 현대차 전 · 현직 노조 간부 13명은 업무시간에 사내 PC를 이용해 사설 경마와 도박을 하다가 적발됐다. 지난 3월에는 평일 오후 현직 대의원 3명이 사업장 밖에서 스크린 골프를 한 사실이 동료 조합원들의 제보로 드러나기도 했다.

한국GM 노사도 타임오프를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타임오프 적용 대상 노조 전임자 14명의 명단을 요구했으나 노조측은 거부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타임오프 관련 법을 재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 등 국회의원 50명은 상급단체에 파견된 전임자 임금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타임오프를 적용받는 노조 간부 범위를 확대하자는 것이 골자다. 지난 5월 민주당 의원 81명도 전임자의 임금을 노사 자율에 맡기자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을 발의했다.

산업계는 표를 의식한 정치권 움직임이 노 · 사 · 정 합의로 도입한 타임오프의 취지를 무너뜨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포퓰리즘 행태에 노동계의 억지 주장이 더해져 대형 사업장에서 타임오프제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타임오프는 자동차업계의 노사 대립에도 불구,전체적으로는 도입 1년여 만에 연착륙하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행 1년이 지나 연착륙하고 있는 제도를 다시 고치려는 것은 선진적인 노사관계를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노조도 타임오프제를 간부 중심에서 조합원 중심의 노동 운동으로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타임오프

회사가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노사교섭,산업 안전 등 노무 관리적 성격의 업무를 하는 전임자에 한해 근로시간을 면제해주고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타임오프 인원은 법으로 정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