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수사 '암초'] 檢 "검찰 개혁 빌미…정치인들의 보복입법"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국회의 방침에 검찰은 "수사 대상자들이 검찰 개혁을 빌미로 자신들의 구명에 나섰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부산저축은행그룹 수사가 대주주 경영진과 금융당국의 비리를 넘어 정치권 로비 수사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중수부 폐지론이 구체화된 배경이 석연찮다는 주장이다.

◆수뇌부 위기감 고조… 6일 긴급 간부회의

검찰이 3일 국회 사법개혁특위 검찰소위 합의안을 충격으로 받아들인 이유는 부산저축은행그룹 수사가 단기간 내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면서 중수부 폐지론이 사실상 가라앉았다고 판단해왔기 때문이다. 그간 검찰에서는 '이번 수사는 검찰의 꽃놀이패'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검찰 간부들도 "그룹의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정치인들이 중수부 폐지론을 거론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면서 낙관해왔다.

그러나 3일 사개특위 검찰소위 합의안은 검찰청법 개정을 통해 중수부 폐지를 명문화하자는 내용이었다. 이전에는 자발적 폐지를 권고하겠다는 수준이었지 법으로 명문화하자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이날 오후 박용석 대검 차장 주재로 검사장급 긴급 회의를 열었다. 휴일인 6일에도 김준규 검찰총장 주재로 대검 간부를 전원 소집하는 대책회의를 개최한다. 검찰은 6일 회의 후 정치권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 성명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수사 실무진 "더 이상 진행 못한다"

대검 중수부는 수사가 여야 정치권을 직접 겨냥하게 되자 사개특위가 중수부 폐지로 맞서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수부 소속 한 간부는 "없어질 기관이 부른다고 참고인이나 피의자가 순순히 와서 수사에 협조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사건을 정리해야겠다는 분위기도 있다"며 "중수부의 존재가 부담스러운 국회의원들이 중수부 폐지로 스스로 살기좋은 세상 만들기에 나선 모양"이라며 정치권을 맹비난했다. 또 다른 대검의 고위 간부는 "상식 없는 정치인들의 보복입법"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중수부는 실무진들에게 5일 하루 휴식을 취할 것을 권고했지만 "수사 중단은 직무 유기"라는 정치권의 비판을 의식한 듯 장모 효성도시개발 사장 등 피의자 소환조사는 계속했다. 그러나 이날 소환이 예정됐던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은 따로 부르지 않았다.

◆검찰, 왜 중수부 집착하나

중수부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중수부가 기소한 국회의원이 선거법 위반을 제외하고도 93명"이라고 말했다. 검찰총장 직할의 중수부와 지검은 '화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치권은 도쿄지방검찰 특수부처럼 지검에서도 중수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의 입장은 다르다. 다른 중수부 관계자는 "도쿄지검 특수부에서 다나카 전 총리 말고 최근 수십년간 제대로된 큰 사건을 다룬 적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렇지 않아도 부패지수가 높은 나라에서 대안도 없이 중수부를 폐지할 경우 부패공화국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검찰이 중수부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에는 대검 중수부 대안으로 거론되는 상시특검제나 특별수사청 등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