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우 준법경영 세미나

준법감시인은 5년 지나야…감사가 권한 오히려 더 커
금융감독원 출신들이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에 감사로 가는 요건이 준법감시인이 되는 조건에 비해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감원 출신 감사에 대한 '전관예우'를 막도록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준호 모건스탠리은행 서울지점 준법감시인(이사)은 지난달 31일 서울 삼성동 법무법인 화우 연수원에서 열린 '기업의 준법경영과 법적 위험 관리' 세미나에서 "은행법 23조의 3에서는 금감원 출신이 퇴직 후 5년이 지나야 준법감시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데 감사는 이런 제한이 없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감사의 경우 적용할 법규가 공직자윤리법 정도밖에 없어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고 지적했다.

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서는 공무원이나 금감원 등 공직유관단체의 임직원이 퇴직일부터 2년간 직전 3년 이내에 소속하였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私)기업체에 취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 출신들은 직전에 담당했던 업무 영역 이외의 금융회사 감사로 가거나 퇴임 직전에 가고 싶은 기업과 관련없는 업무를 맡는 '경력세탁'을 통해 법망을 피한다.

김 이사는 "준법감시인은 감사에 비해 정책 판단에 대한 영향이 적다"며 "금감원 출신의 감사 진출 요건을 준법감시인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준법감시인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영무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을 골라 준법감시인으로 선임한 것 아니겠느냐"며 "준법감시인 제도의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돼 변협 차원에서 대안 제시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주흥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도 "저축은행을 비롯해 금융회사에서 위험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준법감시인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이사는 "은행법이나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에서는 회사가 준법감시인의 활동과 관련해 인사상의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그러나 외국에 비해 국내 금융사에서는 준법감시인이 회사 방침에 '노(NO)'라고 이야기하기 힘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비리 금융사에 대한 제재 수준이 외국에 비해 낮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은 2009년에도 불법대출 등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으나 이후 더 큰 규모의 범죄를 저질렀다. 가정준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서는 위법 금융사에 엄청난 벌금을 때려 거의 망하게 하는데 한국은 오히려 법을 지키다 망하는 사례가 더 많은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 준법감시인

금융회사가 법규를 제대로 지키는지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회사 내에 두는 직원.상호저축은행 등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 1명 이상 둬야 한다. 회사의 위법을 발견하면 이사회와 금감원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는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